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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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모녀의홀로서기 #딸과엄마의이야기 #푸른빛이내리는시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브라질을 떠나 미국 버몬트의 대학으로 유학 간 딸과, 고향 나타우에 홀로 남은 어머니가 매일 밤 스카이프 화면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이야기입니다. 사건만 놓고 보면 아주 단순하지만, 읽는 동안에는 이상할 만큼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이 소설은 멀리 떨어진 모녀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일이 왜 죄책감을 불러오는지 보여 줍니다. 독립은 흔히 용기와 성취의 언어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남겨 두고 온 사람의 외로움까지 함께 짊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유학이나 이주를 경험한 사람뿐 아니라, 부모와 조금씩 다른 삶을 살게 된 모든 자녀에게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작가님은 브라질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문학과 번역을 공부했으며, <남겨진 말들>의 영어 번역으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한 번역가이기도 합니다. 작가님 자신의 이주 경험과 언어적 경계가 소설에 깊이 스며 있어, 이 작품에서는 ‘말을 옮기는 일’과 ‘마음을 전하는 일’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의 번역을 맡은 김보람 번역가님은 <힐빌리의 노래>, <흐르는 강물처럼>, <웨딩 피플> 등을 우리말로 옮긴 전문 번역가입니다. 이번 번역 역시 매끄러워서 읽기 좋았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두 사람이 화면을 통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의 삶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딸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지만, 엄마에게는 그 모든 시간을 짧게 요약해 전할 뿐입니다. 반대로 엄마 역시 딸이 모르는 사이 나이가 들고, 외로움을 견디고, 자신의 생활을 이어 갑니다. 딸이 엄마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 자신의 얼굴에서 엄마의 흔적을 발견하는 장면은 특히 좋았습니다. 이처럼 부모와 자식 관계는 멀어져야 비로소 닮은 점이 보이고, 독립한 뒤에야 부모가 한 사람의 개별적인 인간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어머니와 대화하면서 모든 마음을 다 말하지는 못합니다. 가까운 사이라 오히려 설명을 생략하고, 늘 곁에 있을 것 같아 안부를 미루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가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마음 한편이 갑자기 무거워집니다. 자식은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지만, 그 시간이 부모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독립은 부모를 떠나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각자의 삶을 가진 사람임을 새롭게 인정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살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랑이 거리를 사이에 두고서야 더 선명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극적인 사건이나 큰 반전으로 독자를 붙잡는 소설은 아닙니다. 대신 매일 반복되는 통화와 작은 침묵, 화면 속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모녀가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부모 곁을 떠나본 사람, 가족에게 미안함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껴 본 사람,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도 고향을 완전히 놓지 못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읽은 뒤 평범한 안부 전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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