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 사람이 살았네 ㅣ 작은책마을 63
최도영 지음, 우주 그림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평점 :
#초등학교저학년 #웅진주니어 #사니공주 #산사람이살았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산 사람이 살았네>는 풀과 나무, 꽃이 존재하지 않던 섬에서 ‘푸른빛’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창작동화입니다. 하늘빛 머리칼을 지닌 푸르다와 바닷빛 머리칼을 지닌 푸르오는 특별한 외모 덕분에 왕과 왕비가 되지만, 정작 자신들을 닮지 않은 흙빛 아이 사니는 왕실의 체면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버립니다. 그러나 버려진 아이는 흙더미 산의 돌봄을 받으며 자라고, 보석을 씨앗으로 바꾸어 풀과 나무와 꽃을 살려 내는 존재가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진짜 특별함은 눈에 띄는 색이나 지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쓴 최도영 작가님은 2018년 비룡소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별 사람이 다 있네>, <방귀 요정 뿡뿌>, <레기, 내 동생> 등 상상력과 말맛이 살아 있는 어린이책을 꾸준히 써 왔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친근한 입말체를 사용하면서 산과 식물의 탄생을 하나의 신화처럼 풀어냅니다. 그림을 맡은 우주 작가님은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장면을 발견하는 작업을 해 온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푸른색과 흙빛, 주황색을 선명하게 대비한 그림은 인물의 성격과 세계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 줍니다. 특히 사니의 초록 머리카락과 손안의 꽃다발이 돋보이는 표지는, 이 인물이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을 품고 기르는 존재임을 한눈에 전합니다.

저는 이 책에서 푸르다와 푸르오가 서로의 푸른빛을 특별하게 여기며 왕국을 세우는 대목과, 이후 흙빛으로 태어난 사니를 두려워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본래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음에도 우연히 다른 색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숭배받고, 곧 자신들의 특별함이 사라질까 불안해합니다. 이 모습은 차별이 단순히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감정’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리던 지위와 인정이 흔들릴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도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반면 사니는 자신을 버린 가족에게 복수하기보다 보석을 씨앗으로 바꾸어 산을 푸르게 만듭니다. “나는 무엇이든 살려 내고 싶은걸요”라는 태도가 무척이나 멋있게 보였습니다.

저 역시 살아오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경력이나 직함, 사람들에게 쉽게 인정받는 기준이 실제 능력보다 먼저 평가되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조직에서는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살리는 사람보다, 자신을 그럴듯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더 특별하게 취급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니가 왕실의 화려한 푸른색이 아니라 흙빛을 지닌 채 생명을 키워 내는 장면이 더욱 마음에 남았습니다. 흙은 눈부신 보석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모든 생명이 뿌리내리는 장소입니다. 이 동화는 아이들에게 “특별해져야 사랑받는다”는 압박을 주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산 사람이 살았네>는 신화적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초등학생, 외모나 성격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위축된 경험이 있는 어린이, 생태와 자연을 주제로 독서 활동을 하고 싶은 가정과 교실에 추천하고 싶습니다. 부모나 교사는 책을 읽은 뒤 ‘푸른 보석은 왜 씨앗으로 변했을까’, ‘사니가 복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살려 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산이 사람을 키우고, 사람이 다시 산을 살려 내는 이 이야기를 덮고 나니, 산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책보다 웹소설을 더 좋아하는 중학생 아이도 이 책이 무척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사니가 끝까지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고 살려 내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어른과 아이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나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