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남긴 것
애너 퀸들런 지음, 김지현 옮김 / 리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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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애니가 남긴 것>은 평범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서른일곱 살의 애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남편 빌과 네 아이, 단짝 친구 앤마리가 그녀 없이 살아가는 일 년을 그린 소설입니다. 죽음 자체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다시 식사하고, 아이를 돌보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데 집중한다는 점이 무언가 뭉클하고 슬픈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인간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상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애너 퀸들런 작가님은 퓰리처상 평론 부문을 수상한 칼럼니스트이자 가족·상실·여성의 삶을 꾸준히 다뤄온 소설가입니다. 열아홉 살에 어머니를 잃은 경험은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번역을 맡은 김지현 번역가님은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직접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번역서가 아닌, 한국어로 출간된 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애도를 아름답고 숭고한 과정으로 정리하지 않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하기보다 때로는 짜증을 내고, 누가 더 애니를 사랑했는지를 두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물건을 깨뜨리고, 어른들은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내며, 일상의 사소한 선택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합니다. 슬픔에서 잠시 벗어나 웃는 순간에는 죄책감이 따라옵니다. 그러나 이런 모순이야말로 실제 애도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슬퍼하면서도 배가 고프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도 현실적인 집값과 육아와 직장을 걱정하기 떄문입니다.





소설에서 벤지가 실수로 그릇을 깨뜨린 뒤 “죄송해요”를 반복하는 장면에는 단순한 아이의 잘못보다 가족 전체가 품고 있는 긴장과 죄책감이 들어 있습니다. 또 캐럴의 집을 방문한 인물이 커피를 권유받으면서도 낯선 공간과 상대방의 형편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장면은, 상실 이후 사람이 타인의 표정과 말투에 얼마나 예민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애도의 소설이지만 죽음만 바라보지 않고, 남겨진 사람들이 다시 밥을 먹고 집을 정리하며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마치 소설이 아닌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인상도 받았습니다.


저 역시 한 관계가 끝난 뒤 마음이 나아지는 순간을 배신처럼 느낀 적이 있습니다. 분명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그 시간이 너무 빨리 잊힌 것 같아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애니가 남긴 것>을 읽으면서 꼭 슬픔 속에만 있어야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 속 인물들도 애니를 급하게 지워버리거나 기억하기 위해 과도하게 애쓰기보다는 그저 일상 속에서 애니를 여전히 남아있게 하니까요.


이 책은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는 독자뿐 아니라, 이별이나 관계의 단절 이후에도 일상을 계속 살아가야 했던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한다면 다소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상실의 슬픔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에게는 깊은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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