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천재의 질문 - AI시대, 한국 근대문학이 우리에게 묻다
처음북스 편집부 지음 / 처음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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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박제된 천재의 질문>은 한국 근대문학의 명작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옮겨 적으며 작품이 던지는 물음에 답하도록 만든 필사집입니다. 이상, 윤동주, 정지용, 김영랑, 한용운, 김소월, 채만식, 이육사 등 열아홉 작가의 시와 소설, 수필이 실려 있습니다. 수록 작품도 단순한 명문장 모음에 머물지 않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글에서 출발해 자연과 타인, 사회와 역사로 점점 넓어집니다. 그리고 책제목은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합니다. 교과서 속에 박제된 듯 머물던 문학의 질문을 오늘의 독자 안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려는 의도가 담긴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쪽에는 작품이 실려 있고, 오른쪽에는 넉넉한 필사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 배웠던 윤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 정지용의 <춘설>과 <장수산 2>를 오랜만에 만나 시의 호흡을 따라 써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소설 작품도 일부를 옮겨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문장을 필사해보니 인쇄된 글을 눈으로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같은 문장은 읽으면 금세 지나가지만, 손으로 쓰면 ‘속살거리다’라는 단어를 쓰면서 육첩방의 고독을 오래 생각하게 됩니다. 필사는 문장을 복제하는 단순 작업이 아니라, 작가가 선택한 단어를 천천히 따라가는 독서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이 책 외에도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공책에 옮겨 적어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문장을 보관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필사의 진짜 장점은 기억보다 속도 조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으로 읽을 때에는 이미 아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대충 의미를 훑고 지나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손으로 쓰면 조사 하나와 행갈이 하나도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손이 생각보다 느리기 때문에 머리도 자연히 문장 앞에 머무르게 됩니다. 특히 <박제된 천재의 질문>에는 한국 근대문학만 실려 있어서 오늘날 자주 쓰지 않는 어휘와 문장이 많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직접 써볼 때 그 시대 특유의 감정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오는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근대문학의 작가들은 식민지와 가난, 검열과 전쟁, 근대화의 혼란 속에서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윤동주의 부끄러움, 이상의 무력감, 채만식의 풍자, 이육사의 저항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나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정답을 빨리 얻는 데 익숙한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유효합니다. 정보와 요약문은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자신의 언어로 답을 쓰는 일은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박제된 천재의 질문>은 한국 근대문학을 좋아하지만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읽고 싶은 사람, 필사를 시작하고 싶어도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입시 공부로 작품의 주제와 표현법만 외웠던 독자에게도 특히 좋겠습니다. 익숙한 작품을 시험 문제에서 해방시켜 한 사람의 절박한 질문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꺼번에 많이 쓰기보다 하루 한 편이나 한 문단씩 옮겨 적고, 마지막 질문에 짧게라도 답해보면 충분합니다. 이 책은 문학을 빨리 소비하는 대신, 한 문장을 오래 붙잡고 자기만의 답을 만드는 시간을 되찾아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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