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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자국이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리니 - 상하이와 하얼빈, 독립의 길 위에서 아이들을 지킨 교사들
전은경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발자국이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리니>는 단순한 역사기행도, 교사들의 교육 에세이도 아닙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진행된 중국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을 통해 '역사를 배우는 일'과 '사람을 돌보는 일'이 결국 하나의 교육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경기도교육청 장학관이자 학생건강증진센터장인 전은경 작가님을 비롯해 김명숙, 문휘명, 백년화, 서선우, 이다감, 정윤희, 정지원 작가님까지 여덟 명의 보건교사가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여정을 풀어냅니다. 의료인이자 교육자인 이들의 글은 거창한 영웅담보다 학생들의 안전과 성장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책임을 중심에 둡니다. 그래서 이 책은 독립운동을 다루면서도 과거보다 현재의 교육을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기록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독립운동 유적보다 그 공간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선이었습니다.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윤봉길 의사의 의거 현장, 하얼빈의 독립운동 유적을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은 준비된 사람과 준비된 만남"이라는 깨달음을 전해줍니다. 또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매일 확인하고, 발에 물집이 잡힌 아이를 돌보고, 낯선 환경에서 불안해하는 학생 곁을 지키는 모습은 역사 탐방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윤봉길 의사 의거 현장을 찾은 뒤 학생들에게 "무섭지 않았을까요?",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사는 암기해야 할 연표가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를 묻는 질문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역사 전공자는 아니지만, 한국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며 근현대사를 함께 접했던 경험 덕분에 이 책은 더욱 깊게 다가왔습니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단순히 독립운동 조직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정통성이 시작된 공간입니다. 또한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만 기억하기 쉽지만, 러시아와 만주를 오가던 독립운동 네트워크의 중요한 거점이기도 했습니다. 책 속 학생들이 직접 그 공간을 걸으며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보니, 교실에서 배우는 역사와 현장에서 몸으로 만나는 역사는 분명 다른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박물관이나 독립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보다 실제 역사 현장을 찾았을 때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에 더 공감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독립운동사뿐 아니라 교육학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미국의 교육철학자 존 듀이가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고 말했듯이, 이 탐방 역시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살아 있는 교육의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보건교사들의 역할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평소 학교에서는 응급처치나 건강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 속에서는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살피는 보호자이자 동행자로 그려집니다. 아이들의 체온을 확인하는 일과 독립운동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는 일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은 '돌봄'과 '교육'이 원래 분리될 수 없는 가치임을 보여줍니다.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았다면, 오늘날 교사들은 학생들의 일상을 지키며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시대는 달라도 책임의 본질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발자국이 누군가의 이정표가 되리니>는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는 물론, 교사와 학부모, 교육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화려한 역사 해설보다 현장에서 체험한 기록이 중심이라 부담 없이 읽히면서도, 읽고 난 뒤에는 독립운동의 의미와 교육의 본질을 함께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히 학생들과 함께 역사 탐방을 준비하는 교사들에게는 실질적인 참고서가 될 것이고, 일반 독자에게는 독립운동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다시 돌이켜보아야 할 중요한 역사라는 사실을 일깨워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