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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는 누구의 것인가 - 인구 감소 시대의 토지 문제와 활용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이가라시 다카요시 지음, 윤재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토지는 누구의 것인가>는 ‘토지는 사유재산인가, 공공의 자산인가’라는 질문을 지금, 바로 이 현실에서 묻는 책입니다. 저자인 이가라시 다카요시 작가님은 호세이대학 명예교수이자 변호사로, 오랫동안 도시계획과 토지법, 공공정책을 연구해 온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번역을 맡은 윤재선 번역가님은 일본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연구해 온 학자로, 한·일 지방정책을 비교 연구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옮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원하는 전문성, 가독성을 모두 갖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일본의 토지기본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 소멸, 빈집과 빈터 증가라는 사회 변화 속에서 토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한국 역시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불명토지’ 문제였습니다. 2040년에는 불명토지가 홋카이도 면적에 가까울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과, 등기부상 소유자와 실제 소유자가 달라지는 구조, 상속 이후 수십 년 동안 등기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자세히 설명됩니다. 또한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적 토지소유권이 어떻게 정착되었는지, 그리고 그 제도가 오늘날의 사회 변화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도 설득력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토지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법률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운영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낸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의 재산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방치된 토지가 공동체 전체에 비용을 발생시키는 상황에서는 사적 권리와 공공성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됩니다.

저 역시 평소 도시와 지방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며 뉴스를 자주 보는 편인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빈집 문제는 일부 농촌 지역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도권 외곽이나 중소도시에서도 빈 상가와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고, 반대로 일부 지역은 지나친 부동산 집중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부동산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와 상속제도, 도시계획, 지방정책이 모두 연결된 결과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토지 문제를 경제 논리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연결해서 바라보려는 시각은 평소 정책 뉴스를 읽을 때보다 훨씬 넓은 관점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법률 해설서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작가님이 제시하는 ‘현대 총유’라는 개념은 토지를 국가가 모두 소유하자는 주장이라기보다,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지역사회가 함께 활용하는 새로운 관리 방식을 고민해 보자는 제안입니다. 이는 최근 도시계획 분야에서 논의되는 랜드뱅크,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Community Land Trust), 유휴부지 재생 같은 흐름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토지정책은 개발과 소유 중심에서 관리와 활용 중심으로 조금씩 무게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미리 살펴본다는 점에서 정책 교양서로서의 가치도 충분했습니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 정보를 기대하는 독자보다는 도시계획, 지방소멸, 인구 감소, 토지정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습니다. 행정이나 법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사례와 역사적 배경을 함께 설명해 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며, 뉴스를 보는 시야도 한층 넓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토지를 단순히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삶과 지역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반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큰 책이었습니다. <토지는 누구의 것인가>는 토지 문제를 통해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