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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 ㅣ J Mystery 1
쓰치야 우사기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6월
평점 :
#일본소설 #소설추천 #문학 #신간소설 #미자모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었습니다. 빵집, 수수께끼, 향기라는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벌써 노릇하게 구워진 크루아상 냄새가 밀려오는 듯했으니까요.

이 작품은 만화가로도 활동 중인 쓰치야 우사기 작가님의 소설 데뷔작으로, 제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입니다. 작가님의 이력 덕분인지 소설도 마치 만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고, 인물들의 표정과 대화가 살아 움직입니다. 여기에 히가시노 게이고, 기시 유스케 등 선 굵은 일본 문학을 소개해 온 이선희 번역가의 자연스러운 문장이 더해져, 빵집 특유의 따뜻하고 활기찬 공기가 편안하게 와닿았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사람이 죽지 않는 미스터리’라는 점입니다. 보통 미스터리라고 하면 범죄와 긴장감, 반전 같은 자극적인 요소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 책은 훨씬 부드럽고 다정한 방향으로 독자를 이끕니다. 동네 빵집 ‘노스티모’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사건들이 중심을 이루고, 주인공 고하루는 사람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 표정 변화를 관찰하며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갑니다. 누군가를 심판하거나 몰아붙이는 날 선 추리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추리라는 점이 무척 좋았습니다. ‘빵 냄새 나는 셜록 홈즈’라고 할까요. 긴장감에 가슴 졸일 필요는 없지만, 읽다 보면 배가 고파지는 묘한 장르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빵집 직원들이 주고받는 일상의 대화였습니다. 신입 아르바이트생의 적응기를 두고 장난스레 건네는 말들이나, 동료들 사이의 친근한 분위기에서 빵집이라는 공간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고하루가 누군가의 말투와 표정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짐작해 내는 장면에 이르면 그가 단순히 추리력이 뛰어난 탐정이 아니라 사람을 세심하게 살필 줄 아는 다정한 인간이라는 점이 느껴집니다. 거창한 범죄보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했을까?”, “왜 저 빵은 갑자기 사라졌을까?” 같은 작고 귀여운 의문들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빵집을 참 좋아합니다. 꼭 무언가를 많이 사지 않더라도, 빵집 문을 열 때 느껴지는 온기와 진열대의 풍경만으로도 메말랐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지곤 하니까요. 딱딱하고 건조한 직장 생활 속에서 이 소설은 기분 좋은 휴식처럼 다가왔습니다. 특히 만화가라는 꿈을 품은 채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의 현실은, 꿈과 생계 사이에서 오늘을 버텨내는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 있어 더 애착이 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당장은 현실의 몫을 해내야 하는 삶, 그러면서도 일상 속에서 이야기의 재료를 발견해 내는 고하루라는 인물이 무척 사랑스러웠습니다.

<빵집에서는 수수께끼의 향기가 난다>는 자극적인 사건보다 따뜻한 온기가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피로한 하루 끝에 부담 없이 읽기 좋고, 따뜻한 빵과 커피를 곁에 두고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소설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작은 오해와 마음을 다정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분명 즐거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괜히 근처 빵집에 들러 카레빵이나 크루아상 하나를 사고 싶어집니다. 큰 사건으로 독자를 놀라게 하기보다, 작은 빵 하나에도 저마다의 다정한 이야기가 들어있음을 고소하게 알려주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