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 - 따로 또 같이 유연하게 연결되는 법
정문정 외 지음 / 책장속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혼자 일하는 삶을 꿈꾼 적이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도 꿈꾸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나만의 작은 작업실에서 책을 쓰고, 번역을 하고, 강의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는 책 소개를 읽는 순간부터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의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회사원이긴 하지만, 지금도 사실상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별도의 공간에서 업무를 하고, 점심도 대부분 혼자 먹습니다. 사람에 치여 지치는 성향이라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고립된 삶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의 제목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던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혼자 일하고 싶지만 외롭지는 않고 싶다는 마음. 생각해 보면 그것은 많은 창작자들의 솔직한 고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의 작가들은 정글살롱이라는 공동 작업 공간에 모여 글을 쓰고 서로의 삶을 나눕니다. 정문정 작가는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을 보며 일하는 데 지쳐 퇴사했는데, 또다시 같은 사람들을 보고 싶어졌다"고 말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회사가 싫어서 나왔는데 결국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는 모순이라니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 역시 비슷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인간관계에 피곤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혼자만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조직이 아니라 가끔 안부를 묻고, 서로의 원고를 응원해 주며, "오늘도 왔네요"라고 말해 줄 몇 명의 동지인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런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김지연 작가의 글도 좋았습니다. 불안 때문에 잠들지 못하던 시절, 퇴근 후 글쓰기 수업과 사진 촬영, 영상 편집, 마케팅 강의를 들으며 무언가를 배우고 준비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무언가에 몰두할 때는 불안이 잠시 사라졌다고 고백합니다. 이 부분은 제 경험과도 많이 닿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어 번역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며 비슷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래가 불안할수록 오히려 책상에 앉아 공부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저를 붙들어 주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지만, 무언가를 배우고 만드는 동안에는 적어도 불안이 삶의 전부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창작자의 에세이인 동시에 불안을 견디는 사람들의 기록처럼 읽혔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북향 방 이야기가 담긴 시였습니다.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아", "상처가 잘 보이지 않으니까", "북향인 내 방"이라는 구절들이 묘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이런 시기가 있습니다. 잘 자라지 않는 것 같고, 햇빛이 부족한 것 같고,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은 시간 말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들은 그런 시간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정말 대견하다. 잘 자랐어, 우린."이라고 서로에게 말해 주는 장면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경쟁보다 응원이, 평가보다 동행이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를 읽으며 저는 미래의 제 모습을 여러 번 떠올렸습니다. 언젠가 1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번역서를 내고, 소설을 쓰며 살아가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는 혼자 버티는 힘만으로는 오래 유지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사람은 혼자 일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혼자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창작자들의 성공담을 들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도 자기 일을 붙들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기대며 버티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거창한 동기부여보다는 묘한 안도감이 생깁니다. 저 역시 언젠가 저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창작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고독이 아니라, 필요할 때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몇 명의 동지일 것 같습니다혼자서 일하고 싶은, 혹은 지금 혼자 일하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 사업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