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어서 고맙다 - 제3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집
양창삼 지음, (사)한국시인협회.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엮음, 나태주 해설 / 문학세계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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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료로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를 좋아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집을 읽을 때는 종종 부담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의미를 해석해야 할 것 같고, 어려운 상징을 이해해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는 달랐습니다. 시를 읽는다기보다 인생을 오래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이 책은 제3어르신의 재치와 유머짧은 시 공모전에 접수된 11천여 편의 작품 가운데 엄선된 87편의 시를 모은 작품집입니다.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어르신들까지 참여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시마다 살아온 세월의 무게와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시집이 노년을 상실과 외로움으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오래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유머와 여유, 그리고 감사가 시집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은 비밀번호였습니다.

 

카드 비밀번호를 자꾸 잊는다.

겨우 떠올려 적어 두고는

그 종이를 또 잃는다.

요즘은

내가 제일

비밀스럽다.

 

짧은 시인데도 읽는 순간 웃음이 났습니다. 그런데 곧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현실을 한탄하기보다 유머로 승화시키는 태도에서 오히려 삶의 지혜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영상통화역시 기억에 남았습니다. 며느리가 "어머님 얼굴이 안 보여요"라고 말하자 전화니까 원래 안 보이는 것 아니냐고 우기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려 애쓰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 핸드폰은 단 세 줄뿐입니다.

 

손자

웃는 얼굴만 봐도

행복하다

 

처음에는 너무 짧아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시 중 하나였습니다. 행복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조건을 붙이는 시대에, 손자의 웃는 얼굴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이 시는 오히려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시집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을 늘 부모님의 모습으로만 기억하지만, 그분들도 한때는 친구와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던 청춘이었고, 사랑에 설레던 사람이었으며, 꿈을 품고 살아가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평범한 삶들을 짧은 시 속에 담아냅니다.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는 시집이라기보다 인생 선배들이 건네는 짧은 편지에 가깝습니다. 읽다 보면 웃게 되고, 웃다가 문득 울컥하게 되고, 책을 덮고 나면 가까운 사람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집니다. 몇 줄로 이루어진 진실된 시 한편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따뜻한 시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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