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나지 않은 쌍둥이>는 제목부터 이상하게 마음을 붙잡는 책이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 한 사람은 글로 인간의 불안을 썼고, 한 사람은 그림으로 몸의 불안을 그렸습니다.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정말 같은 시대의 다른 방에 갇혀 있던 쌍둥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프카는 벌레가 된 인간을 썼고, 실레는 뼈와 피부와 시선이 뒤틀린 인간을 그렸습니다. 둘 다 결국 “내 몸은 정말 내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첫인상은 무척 좋았습니다. 검은 표지에 금박으로 새겨진 카프카와 실레의 이름, 그리고 실레의 그림이 함께 놓인 구성이 책 자체를 하나의 작은 전시처럼 보이게 합니다. 펼쳤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카프카의 글과 실레의 그림, 편지, 시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서 단순한 작품집이라기보다 문학과 미술을 함께 걷는 산책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고전 전집이라고 하면 괜히 엄숙하고 무거울 것 같지만, 이 책은 묘하게 감각적입니다. 표지만 예쁜 책인가 했는데, 안쪽도 제법 야무집니다. 겉멋만 든 책은 아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가장 강하게 남은 부분은 역시 소설 <변신>이었습니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뒤에도 가족은 그를 걱정하기보다 회사, 돈, 책임, 체면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지배인은 아픈 사람을 걱정하기보다 “왜 출근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듯 몰아붙입니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너무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망가지고 정신이 무너져도, 세상은 먼저 묻습니다. “그래서 일은?” “그래서 책임은?” 카프카의 세계가 무서운 이유는 괴물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괴물이 된 사람보다 출근 여부가 더 중요한 세계가 너무 낯설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그레고르가 자기 방 안에 갇힌 채 가족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는 문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만,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내 마음은 설명하고 싶은데 말이 안 나오고, 내 몸은 버티고 싶은데 이미 지쳐 있고, 내 삶인데도 가족이나 직장이나 사회의 요구에 밀려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말입니다. 그래서 <변신>은 기괴한 고전소설이라기보다 너무 현실적인 피로의 기록처럼 읽혔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카프카의 글 옆에 에곤 실레의 세계를 놓는 방식입니다. 실레의 그림 속 인물들은 몸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몸이 편안해 보이지 않습니다. 마르고 꺾이고 비틀린 몸, 어딘가 불안한 시선, 자기 안에 제대로 들어앉지 못한 사람의 자세가 보입니다. 카프카가 문장으로 “나는 내 몸 안에서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실레는 선과 색으로 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정말 ‘만나지 않은 쌍둥이’입니다. 서로의 이름을 몰랐지만 같은 시대의 불안을 각자의 방식으로 번역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가 함께 실린 것도 좋았습니다. 카프카의 문학을 읽을 때 아버지의 존재는 피할 수 없는 그림자처럼 느껴집니다. 거대한 권위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하는 자식, 자기 존재를 변명해야 하는 사람. 이 정서는 <변신>의 그레고르와도 이어집니다. 가족을 위해 일했지만 결국 가족 안에서 가장 먼저 배제되는 존재. 읽다 보면 단순히 불행한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지 보여 주는 기록처럼 다가옵니다.


<만나지 않은 쌍둥이>를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내 삶 안에 제대로 살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자기 몸과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기대, 가족의 말, 사회의 기준, 생계의 압박에 의해 조금씩 점령당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나 저에게 잘 와닿은 동시에, 또 슬프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만나지 않은 쌍둥이>는 쉽게 위로하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불편하게 찌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상하게 좋았습니다. 오래된 고전이 오늘의 내 몸과 마음을 건드릴 때, 우리는 그 책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티브 #만나지않은쌍둥이 #소설 #독일소설 #고전소설 #문학선 #리뷰의숲 #리뷰의숲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