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리고 그때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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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저메이카킨케이드 #자전소설 #뼈아픈고백 #지금그리고그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지금, 그리고 그때>는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꾸 숨이 막히고, 누군가의 아주 내밀한 일기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쉽게 책을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솔직해서, 너무 적나라해서 오히려 계속 읽게 되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카리브해 출신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늘 여성, 가족, 식민지 경험, 정체성 같은 문제를 집요하게 써온 작가인데, 이번 작품은 특히 중년 여성의 삶과 결혼, 육아, 가족 안에서 무너지는 감정을 아주 날것에 가깝게 보여줍니다. 번역은 정소영 번역가님이 맡았는데, 감정의 거친 결을 잘 살리면서도 문장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읽히도록 균형을 잡아준 느낌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제목 그대로 ‘지금’과 ‘그때’를 계속 오간다는 점입니다. 미시즈 스위트는 주방 옆 작은 방에 앉아 현재의 삶을 견디면서도, 과거의 기억들을 끝없이 불러냅니다. 그런데 읽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사실 그렇게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지금의 감정이 과거를 다시 해석하고, 과거의 상처가 현재를 계속 흔들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지금의 감정처럼 다시 밀려오는 경험을 종종 했습니다. 특히 인간관계나 가족과 관련된 기억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넘겼던 말이나 장면이 몇 년 뒤 갑자기 다르게 보일 때가 있잖아요.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역시 가족에 대한 감정이었습니다. 이 책은 가족을 무조건 따뜻한 공간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과 미움이 거의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처럼 묘사합니다. “미움은 사랑의 반대이면서도 가장 비슷한 형태”라는 문장이 특히 오래 남았습니다. 솔직히 가족은 때때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이기도 하니까요. 특히 미시즈 스위트가 육아와 가사노동 속에서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장면들은 꽤 현실적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일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죄책감과 분노가 얼마나 복잡한 감정인지 담담하지만 아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깨뜨리는 점이 좋았습니다. 미시즈 스위트는 결코 완벽한 어머니도, 성숙한 인간도 아닙니다. 때로는 잔인하고, 피곤하고, 자기혐오에 빠지고,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너무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를 사랑하면 늘 헌신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인간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이 책은 그 불편한 진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자기 안의 복잡한 감정을 자꾸 돌아보게 만듭니다.





<지금, 그리고 그때>는 편안하게 술술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기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강한 작품입니다. 특히 가족, 결혼, 과거의 기억,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감정을 한 번이라도 깊게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꽤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시간이 흐른다고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지금의 내가 과거를 다시 바라보듯, 언젠가 또 미래의 내가 지금을 돌아보게 되겠지요. 그래서 <지금, 그리고 그때>는 유난히 마음에 남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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