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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일까? - 개정판 ㅣ 가나 뿌리 책장 2
유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가나출판사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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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었던 <백설 공주>를 떠올리면 늘 ‘누가 더 아름다운가’를 집착적으로 묻는 왕비의 모습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런데 유순희 작가님의 <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일까?>는 그 익숙한 동화를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동화를 현대적으로 비튼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왜 왕비는 그렇게 거울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외모와 편견, 자기혐오, 존재의 외로움 같은 문제를 아주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유순희 작가님은 어린이문학 특유의 따뜻함을 유지하면서도, 생각보다 훨씬 깊고 묵직한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현재를 살아가는 ‘여름이’와 판타지 세계의 ‘루시아’ 이야기가 교차된다는 구조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 살지만, 같은 백반증을 앓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부에 번지는 하얀 얼룩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감추려 합니다.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를 묻는 거울 속 질문은 사실 외모 자체보다도 “나는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확인받고 싶은 절규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동화이면서도 의외로 어른 독자에게 더 아프게 읽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외모 콤플렉스나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특히 사춘기 때는 거울을 보는 일이 단순한 확인이 아니라 거의 ‘검사’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피부 상태, 얼굴 붓기, 머리 모양 같은 걸 반복해서 확인하면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평가했으니까요. SNS 시대가 되면서 이런 감각은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필터를 씌운 얼굴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끼고, ‘예뻐 보여야 사랑받는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여름이와 루시아가 거울 속 목소리에 점점 잠식되는 과정이 전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무서운 건 마녀보다도, 결국 사람을 가장 괴롭히는 존재가 자기 안의 불안과 시선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 같은 뻔한 메시지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긴 과정인지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루시아를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상처받고 두려워했던 한 인간으로 다시 해석한 점이 좋았습니다. 기존 동화 속 왕비는 허영심 많은 악인으로 소비되지만, 이 책은 그 뒤에 있는 외로움과 공포를 들여다봅니다. 그래서 제목인 <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일까?>는 단순한 반전 질문이 아니라, 결국 “진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처럼 느껴졌습니다. 외모를 숨기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로 선택하는 두 인물의 모습은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을 남깁니다.
<진짜 백설 공주는 누구일까?>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이고, 한때 자기 외모나 타인의 시선 때문에 괴로워했던 경험이 있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특히 자기 자신을 자꾸 거울 속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는 사람이라면 더욱 깊게 읽힐 것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부드럽고 환상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꽤 현실적입니다. 읽고 나면 결국 중요한 건 ‘남들이 보는 나’가 아니라 ‘내가 받아들이는 나’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거울 속 목소리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오래 여운이 남는 동화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