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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모르는 치매 케어 비법 - 개별적 특성을 존중하는 테일러드 케어
황이선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5월
평점 :
#건강 #치매 #돌봄 #황이선 #초고령사회 #신간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치매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기억을 잃어가는 병’ 정도로 단순화되어 이해됩니다. 하지만 실제 돌봄 현장에서는 기억보다 더 복잡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어떤 어르신은 특정 시간만 되면 극심한 불안을 보이고, 어떤 분은 익숙한 물건 하나가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종일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치매 케어의 핵심은 단순한 병리 지식보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AI도 모르는 치매 케어 비법>은 꽤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대한민국 1호 치매 이상행동 케어 현장 전문가인 황이선 작가님은 15년 넘게 방문요양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치매 어르신을 ‘증상’이 아니라 ‘개별적 특성을 가진 인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테일러드 케어(Tailored Care)’입니다. 쉽게 말하면 치매 환자를 획일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각자의 성격·생활 습관·감정 패턴·가족 관계·종교·직업 경험까지 고려해 맞춤형으로 돌보아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사실 의료 현장에서도 같은 진단명을 가진 환자들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흔합니다. 특히 치매는 뇌 기능 저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병이라, 환경 변화와 감정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작가님은 이를 단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사례와 관찰 기록을 통해 설명합니다. “치매 시간과 비치매 시간이 공존한다”는 표현도 흥미로웠습니다. 완전히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또렷해지는 시간들이 존재하며, 특히 감정 기억은 끝까지 남는다는 점은 치매를 바라보는 시선을 많이 바꾸게 합니다. 결국 치매 어르신도 표정과 말투,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존중받고 있는지 끊임없이 느끼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관찰’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병원이나 시설에서는 효율성과 안전이 우선되다 보니 종종 사람 자체보다 관리가 앞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래 일한 돌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제행동이라 불리는 많은 증상도 사실은 이유 없는 행동이 아닙니다. 낯선 냄새, 불안, 수치심, 배고픔, 과거 직업 습관 같은 요소가 예상 밖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그런 행동을 무조건 교정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를 먼저 질문합니다. 저는 이 태도가 단순히 치매 케어뿐 아니라 인간 이해 전반에도 중요한 관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더 불안정해지니까요.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도 바로 이런 감정의 맥락 읽기일 것입니다. 제목이 괜히 <AI도 모르는 치매 케어 비법>이 아닌 셈입니다.

책은 실용적인 면에서도 꽤 강점이 있습니다. 이상행동 관찰 기록법, 응급상황 대처, 배회 실종 대응, 보호자와 요양보호사 갈등 문제까지 현실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특히 치매 케어를 특정 개인의 희생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보호자·요양보호사·기관이 협업해야 하는 ‘팀 기반 돌봄’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은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족 내부의 책임으로 돌봄 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치매 환자 보호자의 우울증과 번아웃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현장에서 가능한 방법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흐르지도, 반대로 차갑게 매뉴얼만 나열하지도 않는 균형감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만 읽기에는 아까운 책입니다. 부모님의 노화를 체감하기 시작한 중장년층, 가족 돌봄 문제를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사람, 혹은 인간다운 돌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치매는 먼 미래의 남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 사회 대부분이 직면하게 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책은 치매를 ‘무너지는 삶’으로만 묘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한 사람의 존엄과 취향, 감정을 어떻게 지켜줄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돌봄은 기술 이전에 결국 관계와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읽고 나면 치매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뿐 아니라, 늙어가는 인간 자체를 대하는 태도도 조금은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