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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이프 엄금 - 변사한 대학생의 핸드폰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평점 :
#모큐멘터리 #호러소설 #신개념소설 #스와이프엄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치넨 미키토 작가님의 <스와이프 엄금>은 요즘 일본 호러가 왜 다시 강해졌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휴대폰 크기의 책”이라는 콘셉트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건 단순한 디자인 기믹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를 몰입시키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책을 펼치면 오른쪽 페이지가 전부 메신저 화면, 검색 기록, 영상 캡처, SNS 같은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진짜 문제는 그게 너무 익숙하다는 점입니다. 독자는 활자를 읽는 게 아니라 거의 “남의 폰을 훔쳐보는 감각”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는 건지, 도시 괴담 링크를 따라 들어가는 건지 경계가 흐려집니다. 꽤 영리한 방식입니다. 진짜 무서운 건 귀신보다 ‘현실감’이라는 걸 정확히 알고 만든 책 같았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책의 물성 자체였습니다. 요즘은 전자책도 많고 숏폼에 익숙한 시대라 긴 활자에 집중하기 어려운데, <스와이프 엄금>은 오히려 그 환경을 역이용합니다. 사진 속처럼 손에 딱 들어오는 휴대폰 크기라서 무의식적으로 계속 들게 됩니다. 페이지를 넘기는 감각도 거의 스와이프처럼 설계되어 있고, 메신저 화면 연출은 진짜 새벽에 누가 읽씹하는 톤 그대로라 은근 현실 공포를 건드립니다. “왜 계속 내 메시지 안 봐?” 같은 대화가 괴담보다 더 현실적이라 순간 섬뜩했습니다. J-호러 특유의 “일상 균열형 공포”를 아주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한 느낌이랄까요. 예전 <링>이 비디오테이프였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자체가 저주의 매개체가 된 시대 같습니다.

치넨 미키토 작가님은 원래도 미스터리 구조를 굉장히 잘 짜는 작가인데, 이번 작품은 호러인데도 끝까지 “이게 진짜 초자연인가, 인간의 광기인가”를 애매하게 밀고 갑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 속 ‘도메키’라는 존재보다도, 사람들이 도시 전설을 소비하는 방식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늘 “설마 진짜겠어?” 하면서도 끝까지 찾아봅니다. 금지된 링크를 누르고, 괴담 후기 검색하고, 밤에 혼자 읽다가 괜히 뒤 돌아보고 인간은 공포를 싫어하면서 동시에 중독됩니다. <스와이프 엄금>은 그 심리를 아주 정확하게 찌릅니다. 제목 자체가 “스와이프하지 마”인데, 독자는 결국 넘기게 되거든요. 이건 거의 현대인의 강박에 대한 호러 같습니다.

또 좋았던 점은 단순히 무섭기만 한 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큐멘터리 형식을 활용해서 정보 조각들을 독자가 직접 이어붙이게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추리하는 재미도 꽤 강합니다. 그래서 호러를 잘 못 보는 사람도 의외로 술술 읽힐 수 있습니다. 특히 김은모 번역가님 번역은 일본 SNS 특유의 말맛이나 메신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살려서 몰입이 잘 됐습니다. 문체 자체도 어렵지 않고 템포가 빨라서, “책 한 권 잡으면 집중 안 된다”는 사람도 한 번 시작하면 꽤 빨리 끝까지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간 유튜브 괴담 채널 정주행하다가 새벽 두 시 되는 느낌입니다. 문제는 다 읽고 나면 괜히 휴대폰 검은 화면이 좀 찝찝해진다는 거죠. 아주 전형적인 J-호러 후유증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공포소설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새로운 독서 경험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훨씬 강하게 먹힐 작품입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디지털 경험”처럼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꽤 재밌는 시도였고, 단순한 아이디어 상품 수준이 아니라 이야기 완성도까지 챙겼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솔직히 이 책은 카페에서 읽어도 존재감이 엄청납니다. “어? 그거 폰이야 책이야?” 소리 듣기 딱 좋은 물건입니다. 그런데 진짜 위험한 건, 그렇게 가볍게 펼쳤다가 끝까지 스와이프하게 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