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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장경철 지음 / 생각지도 / 2026년 5월
평점 :
#독서삼매경 #공부의본질 #독서의본질 #진작이렇게책을읽었더라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보가 빛의 속도로 요약되고 AI가 정답을 대신 찾아주는 시대, 우리는 역설적으로 '읽었지만 남는 게 없는' 지독한 허기에 시달립니다. 서울여대 장경철 교수님의 저서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은 효율과 속도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놓쳐버린 공부와 독서의 본질을 준엄하면서도 다정하게 일깨워줍니다. 스스로를 '지식의 유통업자'라 부르며 일상의 깨달음을 나누는 데 소명을 둔 장경철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법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어떻게 내 삶의 자양분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전합니다.

이 책의 핵심은 공부를 '인간 됨의 공식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작가님은 인간을 '미완의 존재'이자 '개방된 존재'로 규정합니다. 개미나 여우는 태어나자마자 그들의 미래가 결정되어 있는 '닫힌 존재'이지만, 인간은 후천적으로 들어오는 생각을 능동적으로 재검토하며 스스로를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부란 단순히 지식을 쌓는 행위가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세계개방성'의 실현입니다.

저는 특히 '유통을 통한 배움'이라는 대목에서 깊은 감명을 느꼈습니다. 작가님은 자신이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겸손해하며, 다른 사람의 좋은 이야기를 잘 보관해 유통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책에 실린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구절처럼,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 손바닥 안에 무한을 거머쥐는 생각의 힘은 결국 정성스럽게 책을 읽고 반복하며 숙성시키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실천적인 방법론에서도 이 책은 탁월한 통찰을 보여줍니다. 작가님은 새로운 공기를 주입해 컵 안의 기존 공기를 밀어내듯, 좋은 문장을 내 안에 채움으로써 부정적인 언어를 몰아내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삶의 실점(失點)에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득점(得點)으로 그것을 상쇄하라는 비유는 독서가 어떻게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특히 '생각, 반복, 축적, 발효'로 이어지는 4단계 독서법은 수동적인 정보 소비자로 머물러 있던 우리를 주도적인 지식 생산자의 길로 안내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그 시간 자체가 핵심이라는 작가님의 말씀은, 빨리 읽기에 급급했던 우리에게 독서의 참된 호흡을 가르쳐 줍니다.
결국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은 잃어버린 사유의 즐거움을 되찾고 '지적 주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다정한 안내서입니다. 책을 읽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려 갈증을 느끼는 분들, 그리고 아이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 철학적인 답을 들려주고 싶은 부모님들께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