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 - 현대미술에서 훔쳐온 욕망의 공식
윤상훈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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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함이 미덕인 시대입니다. 마케터들은 더 촘촘한 데이터로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려 애쓰고, 브랜드들은 빈틈없는 논리로 자신들의 우월함을 증명하려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모든 것이 설명된 친절함 앞에서 금세 지루함을 느낍니다. 10년 차 마케터이자 설치미술 작가로 활동하는 윤상훈 작가님의 저서 <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는 바로 이 '완벽함의 함정'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저자는 마케팅의 전략적 시선과 예술가의 직관을 결합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동력은 매끈한 정답이 아니라 스스로 개입할 수 있는 '의도된 틈'에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이 책은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했던 기법들을 '갭 디자인(Gap Design)'이라는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해 냅니다. 피카소가 황소의 형상을 선 하나로 줄여 본질을 남겼듯, 잘 나가는 브랜드들은 자신을 과시하기보다 '잘라내고 비워둠으로써' 소비자가 그 자리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만듭니다. 젠틀몬스터가 안경점의 문법을 파괴하고 전시 공간을 들여놓은 이유나, 무인양품이 브랜드 이름을 지움으로써 오히려 독보적인 존재감을 획득한 사례는 단순한 마케팅 기법을 넘어선 '철학적 기획'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저도 여러 브랜드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상품들의 마케팅 방법들을 자세히 보는 소비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숨 쉴 틈, 상상할 틈, 참여할 틈이 없는 브랜드는 그저 견고한 벽일 뿐이라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과거 제가 한문과 철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고전의 매력 또한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온 '해석의 여백'에 있었습니다. 윤상훈 작가님은 그 여백을 현대 비즈니스의 가장 정교한 설계도로 탈바꿈시켰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불완전함''고유함'으로 전환하는 작가의 통찰입니다. 미스치프가 워홀의 위작을 섞어 팔거나, 라코스테가 상징인 악어 로고를 스스로 지워버린 행위는 기존 마케팅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균열'입니다. 하지만 이 균열은 소비자에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소비자는 그 답을 스스로 찾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강력한 지지자가 됩니다. 이는 롤랑 바르트가 말한 '저자의 죽음'이 독자의 탄생으로 이어지듯, 기획자의 의도를 비워낸 자리에 사용자의 경험이 들어앉아 비로소 브랜드가 완성된다는 현대적 브랜딩의 핵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은 "어떻게 더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며 번아웃에 빠진 이 시대의 모든 크리에이터와 기획자들을 위한 휴식 같은 지침서입니다. 단순히 시각적인 디자인을 넘어, 사람의 욕망이 머무를 수 있는 '구조적 틈'을 설계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또한 예술적 감각을 비즈니스에 녹여내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윤상훈 작가님의 '직티스트'적인 삶의 태도는 그 자체로 큰 영감이 될 것입니다. <왜 끌리는 브랜드에는 틈이 있을까>를 덮는 순간, 여러분은 매끄러운 정답 뒤에 숨겨진 틈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기획 위에 아름다운 선 하나를 남길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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