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빛, 숲 그리고 코트다쥐르 - 오직 남프랑스에서 마주하는 예술적인 풍경
김종진 외 지음 / 효형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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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빛의바다 #코트다쥐르 #돌빛숲그리고코트다쥐르 #에세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간을 단순히 용적과 가격으로 환산하는 고밀도 도시의 삶에서, 우리는 종종 '실재하는 감각'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 화려한 여행지 이미지는 넘쳐나지만, 정작 그곳의 공기와 질감이 주는 떨림은 증발해 버린 시대죠. 이러한 갈증 속에서 만난 <돌, 빛, 숲 그리고 코트다쥐르>는 제목만큼이나 담백하고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책은 김종진 교수님을 비롯하여 김현진, 강명훈, 심근영, 박소현, 양승수, 장형남 등 건축과 조경, 인테리어 각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일곱 분의 전문가가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각자의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남프랑스의 찬란한 빛과 거친 돌벽 앞에서 마주한 사유의 궤적은 마치 한 사람의 일기처럼 정갈하게 이어집니다. 역자 없이 저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만으로 채워진 이 기록은, 단순한 가이드북을 넘어선 공간 미학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책은 마티스와 샤갈이 사랑한 코트다쥐르의 푸른 해변부터, 르코르뷔지에의 소박한 오두막 '카바농', 그리고 침묵의 건축이라 불리는 시토회 수도원들을 차례로 훑어갑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12세기 수도사들이 세운 '남프랑스의 세 자매' 수도원을 다루는 장입니다. 화려한 장식을 배제하고 오직 비례와 빛, 그리고 라임스톤의 질감만으로 신성을 구현한 르 토로네나 세낭크 수도원의 풍경은 현대 건축가들에게도 여전히 거대한 영감의 원천입니다. 저자들은 마티스가 로사리오 채플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구현하려 했던 '영적인 빛'이나, 르코르뷔지에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4평 남짓한 공간의 의미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이는 단순한 관광지 방문이 아니라, 공간이 인간의 내면과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탐구하는 치열한 감각의 복원 작업입니다.





저 역시 몇 해 전 남프랑스의 아를과 엑상프로방스를 여행하며 느꼈던 기이한 평온함이 떠오릅니다. 특히 척박한 바위산 위에 세워진 마을 '고르드'에서 바라본 석양은, 지중해 특유의 건조한 공기와 뒤섞여 잊을 수 없는 색감을 선사했습니다. 당시 저는 그 풍경을 사진에 담으려 애썼지만, 나중에 확인한 이미지들은 실제 돌벽에서 뿜어져 나오던 온기와 바람의 냄새를 전혀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돌, 빛, 숲 그리고 코트다쥐르>의 저자들이 "무엇이 절실해서 이토록 먼 거리를 가는 것일까"라고 자문하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의 묘미는 과거의 유산에만 머물지 않고 루마 아를이나 뮤셈 같은 현대 건축물까지 아우르며 시간의 켜를 읽어낸다는 점에 있습니다. 로마 시대의 흔적 위에 현대적인 금속 외장재가 덧입혀진 풍경은, 프랑스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이 말한 '장기 지속'의 시간관을 공간적으로 시각화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12세기의 수도원이 20세기 거장 르코르뷔지에의 라 투레트 수도원에 영감을 주었듯, 남프랑스의 빛은 시대를 관통하며 지성인들의 감각을 자극해왔습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과도하게 학술적으로 풀이하기보다, 공간 앞에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이나 삶에 대한 반추를 통해 독자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돌, 빛, 숲 그리고 코트다쥐르>는 일상에 매몰되어 감각이 무뎌진 이들, 혹은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건축과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이 없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책은 전문 지식을 뽐내기보다, 우리가 잊고 지낸 '보는 방식'과 '느끼는 마음'을 되찾아주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설렘을 안고 읽기에도 좋고, 일과에 지친 저녁 조용히 차 한 잔과 함께 넘기며 마음속에 나만의 '내면의 풍경'을 그려보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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