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안지 않는 연습 - 나를 소모하지 않는 마음 수업
마스노 슌묘 지음, 한성례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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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흔히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교육받으며 자라왔습니다. 특히나 독립적인 자아를 강조하는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마치 자신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부끄러운 고백처럼 여겨지곤 하죠. 하지만 마스노 슌묘 작가님의 신간 <혼자 떠안지 않는 연습>은 이러한 우리의 강박에 부드러운 제동을 겁니다. 정원 디자이너이자 승려로서 '선의 미학'을 전파해온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혼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짊어지려는 태도가 오히려 인간관계의 풍요로움을 가로막는 벽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특히 일본 문학의 깊이를 한국어의 결로 섬세하게 살려주신 한성례 번역가님의 손길 덕분에, 스님의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이 더욱 가깝게 다가옵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제법무아(諸法無我)'의 관점으로 인간관계를 재해석한 부분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고정된 '나'가 없으며, 오직 서로 간의 연기(緣起)를 통해 존재한다는 불교적 통찰은 현대인의 고립을 치유하는 명약과 같습니다. 작가님은 '폐'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것이 실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온기이자 인연의 시작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표리일체'의 관계가 삶을 얼마나 활성화시키는지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묵묵히 걷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저 역시 사회생활을 하며 '좋은 사람' 혹은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힘에 부치는 부탁도 거절하지 못하고 끙끙 앓았던 경험이 많습니다. 도움을 청하면 상대방이 나를 낮게 평가할까 봐, 혹은 상대의 시간을 뺏는 무례를 범할까 봐 불안해하며 혼자서만 삭여왔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불안이 실은 머릿속에서 내가 굴린 거대한 눈덩이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선즉행동(先卽行動)'의 원리처럼, 고민하며 불안을 키우기보다 먼저 솔직하게 손을 내밀었을 때 오히려 상대와의 신뢰가 깊어졌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솔직함이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보다 훨씬 더 단단한 관계를 만든다는 작가님의 조언은 제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귀한 성찰이 되었습니다.





근대 이후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효율과 개별성을 강조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조선 시대의 상부상조 문화인 '두레'나 '계'가 가졌던 공동체적 가치가 산업화 과정에서 점차 희미해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작가님은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하시는데, 이는 불필요한 미래의 불안이나 타인의 시선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본래의 맑은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남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집착을 내려놓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타인과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줍니다. 혼자 떠안지 않는 것은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커다란 그물망 속에서 나의 자리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일인 셈입니다.


이 책은 늘 '괜찮은 척'하며 지친 어깨로 하루를 버티는 직장인들, 혹은 정년퇴직 후 사회적 단절감을 느끼며 홀로 고립되어가는 중장년층에게 더없이 좋은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또한 남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모든 '착한 사람 증후군' 환자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마스노 슌묘 작가님과 한성례 번역가님이 전하는 이 따뜻한 지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짐은 덜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연의 싹이 트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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