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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 맘다니 - 34살 민주사회주의자는 어떻게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 시장이 되었나?
시어도어 함 지음, 박상주 감수, 김재서 옮김 / 예미 / 2026년 4월
평점 :
#조란맘다니 #뉴욕 #미국정치 #미국사회 #추천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21세기 정치 지형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엘리트 정치에 신물을 느낀 대중들이 새로운 대안을 갈구하는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뉴욕에서 벌어진 사건은 전 세계 정치 공학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바로 시어도어 함 작가님이 저술한 <조란 맘다니>가 기록하고 있는 2025년 뉴욕시장 선거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집필한 시어도어 함 작가님은 뉴욕 세인트조지프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학과장이자, 미국 진보정치의 흐름을 가장 예리하게 포착해 온 평론가입니다. 특히 전작인 <버니의 브루클린>을 통해 버니 샌더스의 정치적 뿌리를 추적했던 만큼, 이번 신작에서도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가 어떻게 ‘사회주의자 시장’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 내밀한 전략과 사회적 맥락을 탁월하게 분석해 냈습니다.

이 책은 당선 확률 8%라는 절망적인 수치에서 시작해, 기득권의 견고한 벽을 허물고 역대 최다 득표로 승리한 조란 맘다니의 1년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맘다니는 인도계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이자 무슬림, 그리고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로 규정하는 인물입니다. 미국 주류 정계에서는 그야말로 '이단아'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죠. 하지만 그는 <뉴욕 타임스>나 <뉴욕 포스트> 같은 유력 언론의 파상공세에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뉴욕은 너무 비싸다(New York is too damn expensive)"라는 간결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로 99% 서민들의 삶을 파고들었습니다. 임대료 동결, 무상 교통, 시 운영 슈퍼마켓 같은 공약들은 단순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뉴요커들에게 실질적인 해답으로 다가갔던 것입니다.

저는 미국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는 편인데, 맘다니의 행보는 과거 <미국의 민주주의>를 썼던 알렉시 드 토크빌이 강조했던 '풀뿌리 참여'의 현대적 부활처럼 느껴집니다. 저 역시 과거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며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 문제로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느꼈던 무력감은 정치인들이 내뱉는 거창한 이념적 수사로는 결코 치유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맘다니가 20명의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10만 명의 군단을 조직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저와 같은 평범한 시민들이 느끼는 일상의 고통을 정치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이념의 틀에 갇히지 않고 '감당 가능한 삶'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가치를 선택했습니다.

책 속에서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맘다니가 기득권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그는 비난에 일일이 대응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대신,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세련된 유머와 패러디로 이를 무력화했습니다. 이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정치적 권력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맘다니의 성공은 단순히 한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의 의제 설정 능력이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2008년 오바마의 소셜 미디어 선거 전략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이 책은 정치란 무엇이며,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예비 정치인이나 변화하는 미국 정치의 역학 관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또한,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 정치가 나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잃어버린 모든 시민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조란 맘다니>를 통해 우리는 이념의 대립을 넘어 민생이라는 본질로 회귀하는 정치가 어떤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