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 - 유전과 교육을 둘러싼 가장 오래된 오해에 대한 행동유전학적 관점
안도 주코 지음, 허영은 옮김 / 알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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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행동유전학이라는 분야는 늘 조심스러운 긴장을 동반합니다. 자칫하면 유전자 결정론이나 우생학으로 오해받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도 주코 작가님의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는 그런 불편한 주제를 상당히 균형감 있게 다루는 책입니다. 작가님은 일본 행동유전학 연구의 대표적인 학자로, 수십 년간 쌍둥이연구를 진행해온 연구자입니다. 특히 유전은 인간을 결정하지 않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합니다. 번역은 허영은 번역가님이 맡았는데, 전문 용어가 등장하는 책임에도 문장이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아 일반 독자도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교육과 유전학을 단순한 대립 구도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교육을 통해 누구나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다 유전자 탓이라고 단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둘 다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쌍둥이연구 사례들은 꽤 인상적입니다. 서로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가 비슷한 취향과 진로를 보이는 장면은 인간의 기질과 성향에 유전자의 영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동시에 작가님은 교육환경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유전자는 가능성의 범위를 제공하지만,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발현될지는 환경과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최근 교육학과 심리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폴리제닉스코어 연구도 소개되는데, 이 부분은 솔직히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학업 성취와 관련된 수천 개의 유전 변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교육 담론의 시대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줍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책을 읽으며 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아주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물론 노력은 중요합니다. 다만 현실에서는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결과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를 수없이 봤습니다. 어떤 사람은 설명 한 번에 이해하고, 어떤 사람은 몇 배의 시간을 들여도 어려워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차이를 전부 의지 문제로 설명하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지금은 교육학과 인지과학에서도 인간의 선천적 차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환경결정론이 완전히 틀렸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교육환경과 문화적 경험이 유전적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교육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결국 교육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자유로운 사회일수록 유전적 차이가 더 드러난다는 주장입니다. 처음에는 역설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선택권이 제한된 사회에서는 모두가 비슷한 경로를 강요받지만, 선택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과 재능에 가까운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 지점은 최근 자주 논의되는 교육격차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단순히 부모의 열정이나 사교육 여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구조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이 책의 장점은 여기서 체념으로 빠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전학을 인간을 줄 세우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우생학적 사고와는 거리를 둡니다.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는 교육 문제에 관심 있는 부모, 교사, 수험생은 물론이고 인간의 능력 차이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특히 노력만 하면 된다혹은 다 타고난다같은 극단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싶은 독자에게 좋습니다. 교육, 유전자, 환경의 관계를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차분히 바라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읽고 나면 약간 씁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책입니다. 인간을 지나치게 비난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노력의 의미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출발선과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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