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 - 농부와 소설가가 심은 한 알의 진심
이동현.김탁환 지음 / 해냄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 #이동현 #김탁환 #모든생명은지키는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는 농업을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행위’로 재정의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농부이자 연구자인 이동현 선생님과 소설가 김탁환 선생님께서 함께 쓴 생태 에세이로, 전남 곡성 들녘에서 이어온 공동체 ‘미실란’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동현 선생님은 미생물학을 전공한 학자에서 농부로 전향해 20년 넘게 유기농 벼농사를 실천해 온 인물이며, 김탁환 선생님은 역사소설과 사회파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로서 최근에는 곡성에 정착해 농사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두 저자는 각자의 전문성과 시선을 바탕으로 농사, 생태, 공동체의 의미를 교차적으로 풀어냅니다.




이 책의 핵심은 “속도와 효율이 아니라 지속과 관계”입니다. 절기를 따라 움직이는 농사의 리듬 속에서, 작가님들은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조율하는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유기농 벼농사와 다양한 품종 재배 이야기는 단순한 친환경 담론을 넘어, 종 다양성과 식량 주권이라는 문제까지 확장됩니다. 농사를 조금이라도 접해 본 독자라면 물 관리나 잡초 제거, 병충해 대응이 얼마나 인간의 의지로만 해결되지 않는지 공감하게 됩니다. 결국 농사는 기술 이전에 태도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 댁에서 보았던 논 풍경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모내기철이면 허리를 굽혀 줄을 맞추던 손놀림, 여름에는 잡초를 뽑으며 땀에 젖던 모습, 가을에는 벼를 베고 말리던 장면까지, 사계절의 흐름이 몸에 남아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힘든 노동으로 보였지만,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생명을 이어가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씨앗 하나를 흙에 맡기기까지의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는, 제가 어린 시절 목격했던 농사의 리듬과 정확히 겹쳐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님들이 농사를 ‘관계의 윤리’로 확장한다는 데 있습니다. 기러기에게 먹이를 나누거나 동물과 공간을 공유하는 장면은 단순한 미담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서로 의존하는 구조를 드러냅니다. 이는 현대 생태철학에서 논의되는 인간 중심주의 비판과도 연결됩니다. 더 나아가 농촌 공동체의 문화 활동을 통해 지역 소멸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농업을 경제가 아닌 문화적 기반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이 책은 농업이나 생태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삶의 속도와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입니다. 특히 도시적 효율성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이 책을 통해 느림과 지속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