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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 숏폼, 데이팅 앱, 초가공식품은 나의 뇌를 어떻게 점령했는가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김성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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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독’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알코올이나 마약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의 무한 스크롤에 빠져들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자극적인 배달 음식을 찾곤 합니다. 덴마크의 촉망받는 과학자 니클라스 브렌보르 작가님은 저서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이러한 무기력함이 결코 개인의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님을 뇌과학과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명쾌하게 풀어냅니다. 특히 치과의사라는 안정적인 길을 뒤로하고 과학의 매력을 전파하는 김성훈 번역가님의 매끄러운 번역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과학적 담론을 우리 삶의 이야기로 친숙하게 끌어들입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뇌는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의 노예가 되기 쉽습니다. 저 역시 매번 다이어트에 도전하지만, 퇴근길 편의점의 자극적인 간식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평범한 이십 대를 지나왔습니다. 이 책은 제가 왜 번번이 다이어트에 실패했는지에 대해 통렬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바로 ‘지복점(bliss point)’의 함정입니다. 식품 산업은 인간이 가장 저항하기 힘든 지방과 탄수화물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 우리의 본능을 해킹합니다. 즉, 제가 감자칩 한 봉지를 기어이 비워냈던 것은 제 인내심의 문제가 아니라, 수백만 년간 결핍에 적응해온 내 안의 ‘구석기인 뇌’가 현대의 정교한 초자극 설계에 완벽하게 패배했기 때문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자신의 알보다 더 크고 화려한 ‘가짜 알’을 품으려 애쓰는 검은머리물떼새의 사례였습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의 전형적인 예시입니다.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장된 자극에 노출될 때, 생명체의 본능은 실재하는 가치보다 왜곡된 가짜에 더 열광하게 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우리가 탐닉하는 숏폼 영상이나 데이팅 앱이 바로 현대판 ‘가짜 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현실의 관계는 서툴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스크린 속 세상은 즉각적이고 화려한 보상만을 약속합니다. 저 또한 업무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몸을 맡겼던 수많은 밤이, 사실은 품을 수도 없는 거대한 석고 알 위를 기어오르던 새의 몸짓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중독의 무서움을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현실적인 주도권 회복의 길을 제안합니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우리의 선택과 자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렌보르 작가님은 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먼저 우리의 취약함을 인정하라고 조언합니다. 중독을 유발하는 그 강력한 몰입의 에너지를 역이용하여, 학습이나 창작 같은 생산적인 ‘긍정적 집착’으로 전환하라는 통찰은 매우 실용적입니다. 저 역시 이 책을 통해 나를 조종하는 환경의 메커니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며, 이는 자책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삶을 재설계하는 강력한 동력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새해마다 다이어트와 스마트폰 단식을 결심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쳤던 분들, 혹은 일상의 공허함을 자극적인 소비로 채우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리가 누리는 즐거움이 진정한 선택인지, 아니면 설계된 함정인지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이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