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0살 할머니
이인 지음 / 향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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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200살 할머니>는 읽는 내내 기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쓴 이인 작가님은 인문학 강연과 글쓰기 강의를 병행하며 인간의 내면과 삶의 태도를 꾸준히 탐구해 온 분으로, 전작들에서도 삶과 고독, 자기 인식에 대한 사유를 멋지게 풀어내신 바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그러한 시선은 그대로 이어지되, 보다 사적인 관계인 할머니라는 존재를 통해 삶과 죽음, 돌봄과 기억의 문제를 한층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책은 100세를 넘어선 할머니와 손주인 저자가 함께 보낸 마지막 시간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200이라는 다소 엉뚱한 대답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농담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를 시간을 견디는 인간의 방식으로 읽었습니다. 노년의 시간은 점점 느려지고,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그 속에서도 유머와 관계는 끝까지 남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노년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식사, 위생, 이동과 같은 일상의 돌봄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현실적인 노동인지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관계의 본질이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최근 교육학이나 돌봄 윤리에서 강조되는 관계적 인간 이해와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초등학교 시절 친할머니를, 그리고 대학교 시절 외할머니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두 분 모두 제게는 어린 시절의 안정감과 같은 존재였지만, 막상 마지막 시간을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저자가 할머니의 일상에 깊숙이 개입하며 시간을 함께 쌓아가는 모습은 부러움과 동시에 일종의 반성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돌봄을 추상적인 가치로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구체적인 시간과 노동의 축적이라는 점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관계를 살아내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실천적 기록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 흥미롭게 읽힌 부분은, 할머니의 기억이 점차 흐려지는 과정이 단순한 상실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기억이 단순히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된다고 보는데, 이 책에서도 할머니의 말과 행동은 일종의 재구성된 삶처럼 보입니다. ‘200이라는 말 역시 현실의 나이를 벗어난 상징적 표현으로, 어쩌면 삶을 더 오래 붙잡고자 하는 무의식적 의지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죽음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인간이 끝까지 삶을 해석하려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텍스트로 읽힙니다.

 

<나의 200살 할머니>는 가족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분들, 혹은 현재 조부모님의 노년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분들께 특히 권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또한 교육이나 돌봄, 인간관계의 본질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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