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하는 존재
뤼카스 레이네벌트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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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뤼카스 레이네벌트 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으로, 이미 <그날 저녁의 불편함>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후 더욱 깊고 위험한 영역으로 들어간 작품입니다. 네덜란드 농촌과 개혁교회 공동체라는 폐쇄적 환경에서 성장한 작가님은, 개인적 상실과 정체성의 혼란을 문학적으로 밀도 있게 변환해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번역을 맡은 이진 번역가님 역시 다양한 현대문학을 국내에 소개해온 분으로, 이 작품의 미묘한 정서를 안정적으로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한 소녀와 수의사의 관계를 다루지만, 실제로는 상실 이후 인간이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만들어 지는가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된 소녀의 내면은 단순한 피해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죄책감과 욕망, 자기혐오가 뒤엉킨 복합적인 세계로 그려집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님이 이 소녀를 단순히 연약한 존재로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를 해석하려 애쓰는 사유하는 주체로 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문장은 쉼 없이 이어지며 독자를 몰아붙이는데, 이 호흡은 마치 억눌린 감정이 한 번에 터져 나오는 듯한 체험을 제공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롤리타> 이후의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쓰는지를 흥미롭게 느꼈습니다. 기존의 문학이 보는 자의 시선에 집중했다면, 이 작품은 보여지는 존재의 내부를 끝까지 파고듭니다. 특히 2인칭 서술 방식은 단순한 기법을 넘어, 권력 관계 자체를 흔듭니다. “라고 부르는 순간 통제하려는 시선이 발생하지만, 동시에 그 호칭이 소녀의 목소리를 더욱 또렷하게 부각시키는 역설이 만들어집니다.




 

제 경험과 겹쳐 생각해보면, 인간이 상실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기묘한 방식으로 자신을 해석하게 되는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 모든 게 내 탓인가라는 과도한 자기 귀속의 감정을 겪어보셨을 텐데, 이 작품은 그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어떤 형태를 띠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그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강하게 끌렸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감정의 가장 깊은 층을 건드리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른 형태로 남는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잘 정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그 순간을 반복해서 해석하고 있더군요. 특히 이유를 찾기 어려운 죄책감이나 스스로를 탓하는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이 작품 속 소녀가 보여주는 과도한 자기 귀속 역시 낯설지 않았고, 인간이 상실을 이해하려 할 때 얼마나 왜곡된 방식으로 자신을 해석하게 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솔직히 편하게 읽히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의 어두운 내면, 특히 사랑과 착취의 경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은 분들께는 강하게 추천드립니다. 문학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현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마음이 약할 때 읽으면 꽤 크게 흔들릴 수 있으니, 어느 정도 버틸 준비는 하고 들어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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