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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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를 읽는 경험은 단순히 한 권의 소설을 읽는 일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에 깊이 파고드는 과정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네주 시노 작가님은 프랑스 출신의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과 사유를 결합한 독특한 글쓰기를 보여 줍니다. 옮긴이 이세욱 선생님은 프랑스 문학 번역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온 분으로, 이 작품에서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프랑스 작품을 한국어로 섬세하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이 책은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하지만, 흔히 예상하는 ‘증언 서사’의 틀을 따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롤리타>를 비롯한 다양한 문학 작품과 사상들을 끌어와 자신의 경험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합니다. 그래서 독자는 사건 자체보다 “이해하려는 시도”를 따라가게 됩니다. 특히 가해자의 내면까지 사유하려는 시도는 불편하면서도, 동시에 문학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지점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문학이 단순한 공감의 도구가 아니라, 이해 불가능한 영역을 탐색하는 도구라는 점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삶에서 어떤 감정이나 경험을 언어로 옮기는 데 실패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영역’이라고 쉽게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네주 시노 작가님은 오히려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문학이라는 형식을 통해 계속 파고듭니다. 그 집요함이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느껴졌지만, 동시에 그것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이 ‘피해 서사’를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오히려 피해자라는 정체성 자체를 해체하고, 그 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가해자와 피해자는 정말 완전히 다른 존재인가”라는 질문은, 블레이크의 시를 매개로 더욱 철학적인 층위로 확장됩니다. 이는 니체나 들뢰즈의 사유를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인간 내부의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하나의 연속선 위에서 바라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맥락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고백을 넘어, 문학과 윤리에 대한 하나의 사유 실험처럼 읽혔습니다.


이 책은 가볍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문학을 통해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분명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특히 기존의 서사 구조나 감정 소비형 이야기에서 벗어나, 더 복잡하고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읽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기보다는 오히려 질문이 더 많아지지만, 그 질문 자체가 이 책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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