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청춘 청춘의 시 - 젊은 날의 언어를 담은 시 필사집
기형도 외 지음 / 지식여행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의청춘청춘의시 #윤동주 #김소월 #백석 #필사 #문학 ##추천도서 #신간도서



 

<시인의 청춘, 청춘의 시>청춘을 미화하지 않고, 질문으로 환원하는 방식이 인상적인 시 필사집입니다. 익숙한 이름들윤동주, 김소월, 백석, 기형도, 허수경,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를 읽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손으로 옮기는 행위로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선집이 아니라 사유의 도구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청춘을 지나가는 시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쓰이는 상태로 설정한 편집 의도가, 전체 구성을 단단하게 묶고 있습니다.



 

1부에서 마주한 윤동주의 <서시>는 이제 거의 고전적 윤리의 텍스트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필사라는 방식으로 다시 만나면, “부끄러움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도덕 감각이 아니라 존재론적 긴장으로 되살아납니다. 이어지는 기형도의 <빈집>은 정반대의 결을 보여주는데요. 부재와 공허, 관계의 해체 속에서 비로소 감정이 형상화되는 지점은, 독자로 하여금 말해지지 않은 것을 체감하게 합니다. 김소월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역시 익숙하지만, 필사를 통해 읽으면 그 순진함이 오히려 시대와의 불화로 읽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2부와 3부로 넘어가면, 청춘은 타자와 세계를 향해 열리면서 동시에 상처 입습니다.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는 사랑의 본질을 끝내 규정하지 못하는 언어의 한계를 보여주고, 허수경의 <울고 있는 가수>는 기억과 상실이 어떻게 감각적으로 잔존하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특히 브레히트의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였습니다. 이육사의 <절정>이나 김수영의 <푸른 하늘을>은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현실이 분리되지 않는 청춘의 복합성을 잘 보여줍니다.



 

읽기와 쓰기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결합했다는 점도 참 좋았습니다. 필사는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라, 텍스트를 신체화하는 과정입니다. 고전 수사학에서도 필사는 기억과 해석을 동시에 강화하는 훈련으로 여겨졌고, 현대 인지과학에서도 손을 통한 반복 입력이 이해의 깊이를 높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 효과를 문학 감상에 적용합니다. 한 행을 옮기는 동안 독자는 문장의 호흡, 어휘의 선택, 리듬의 미세한 차이를 체감하게 됩니다. 단순히 시를 읽는다에서 멈추지 않는 책입니다. 저는 퇴근 후 10분 정도 틈을 내어 매일 시 한 편을 필사하고 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쉬는 것보다는 확실히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것을 체감중입니다.

 

읽으면서, 또 필사를 하고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인의 청춘, 청춘의 시>는 위로보다 질문을 남기는 책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소망할 것인가, 그럼에도 계속 걸어갈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오래 붙들고 싶은 독자에게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 시를 좋아하지만 감상이 피상적으로 머문다고 느끼는 분, 혹은 자신의 시간을 언어로 정리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