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괴담
오카자키 하야토 지음, 민경욱 옮김 / 팩토리나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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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괴담>은 일본 장르문학의 계보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꽤 잘 쓴 호러 작품입니다. 오카자키 하야토 작가님은 2006년 메피스토상으로 데뷔한 이후 긴 공백을 거쳐 복귀한 작가로, 이번 작품에서는 자신의 이력과 동일한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교란합니다. 옮긴이 민경욱 번역가님 역시 일본 대중문학 번역에 정통한 인물로, 원작의 미묘한 불안감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옮겨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서점에서 수집된 괴담들을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엮어낸다는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서점 직원들이 겪은 기이한 사건들을 나열하는 듯 보이지만, 이야기들이 축적되면서 점차 하나의 공통된 구조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단순한 괴담집을 넘어서는 서사적 긴장을 형성합니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직원’, ‘되돌아오는 책’, ‘움직이는 CCTV’ 같은 소재는 일본 괴담 특유의 일상 침투형 공포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이야기 간 연결성을 통해 점진적으로 미스터리적 밀도를 높여 갑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작품이 일본 장르문학, 특히 메피스토 계열의 실험적 서사 전통과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작가 자신을 등장인물로 투입하는 방식은 노벨 게임적 구조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일부 실험작, 혹은 아야츠지 유키토 계열의 구조 트릭과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점 괴담>은 트릭의 해소보다 이야기를 읽는 행위 자체가 공포를 확산시킨다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 괴담의 진위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그 경계에서 흔들리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경험 자체가 서서히 불편한 의식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 역시 한때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을 즐겼던 사람으로서, 책장 사이의 정적이나 타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의 분위기를 익숙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러한 친숙함을 정반대로 전복시킵니다. 주인공이 괴담을 수집하다 점차 그 내부로 끌려 들어가듯, 독자 역시 단순한 관찰자에서 점차 관여된 존재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 점에서 <서점 괴담>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라기보다, 독서 행위 자체에 대한 불안을 건드리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더 불편해지는역설적인 호러입니다. 일본식 괴담이나 독특한 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 혹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는 서사를 좋아하는 분들께 특히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장르문학을 단순 소비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읽고 싶은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서점이 더 좋아지는 게 아니라괜히 뒤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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