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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
빌헬름 슈미트 지음, 강민경 옮김 / FIKA(피카) / 2026년 3월
평점 :

<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는 독일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 작가님이 삶의 본질을 ‘그네’로 풀어낸 철학 에세이입니다. 슈미트 작가님은 ‘삶의 기술’을 주제로 대중과 활발히 소통해 온 철학자로, 개인적 상실의 경험을 사유로 승화한 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번역을 맡은 강민경 번역가님은 독어독문학 전공과 출판 번역 경험을 바탕으로, 원문의 사유를 비교적 매끄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삶을 직선적인 상승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리듬으로 바라보는데요. 시작, 갈구, 정점, 하강, 해방,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까지—총 10단계로 구성된 이 흐름은 단순한 자기계발식 위로를 넘어, 인간 존재의 구조 자체를 설명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하강’을 실패나 추락이 아니라 필연적 과정으로 재정의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정점에 도달하는 것에 집착하지만, 슈미트 작가님은 오히려 내려오는 과정에서 인간이 가장 깊어지고 단단해진다고 말합니다. 이 관점은 니체의 ‘영원회귀’나 하이데거의 ‘현존재의 불안’과도 느슨하게 연결되며, 삶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철학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것은 상실과 관계의 단절을 경험했던 시기였습니다. 관계가 끝났을 때, 그것을 ‘추락’으로만 이해하면 감정은 쉽게 소모됩니다. 하지만 이 책의 관점처럼 그것을 ‘리듬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경험 자체가 해석의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삶을 돌아보면 가장 낮은 시점에서 오히려 자기 인식이 선명해졌던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하강이 없었다면 이후의 선택도, 태도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통찰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일종의 ‘구조적 이해’를 제공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순히 긍정이나 낙관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흔들림 자체를 제거하려는 욕망’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안정 집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불안정성을 제거하려 하지만, 슈미트 작가님은 그 불안정성 자체가 삶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이 점에서 스토아 철학의 ‘통제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구분’과도 연결됩니다. 즉, 삶을 통제하려 하기보다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태도를 정립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이 책은 특히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 혹은 어떤 하강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성취 이후의 공허를 경험한 분들에게도 유효할 것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보다 “어떻게 흔들릴 것인가”를 묻는 책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답을 주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시야를 바꿔버립니다. 그리고 그게 더 오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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