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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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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는 현대 과학의 기원을 고대 그리스의 한 사상가에게서 다시 묻는 책입니다. 카를로 로벨리 작가님은 과학을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사유의 태도’로 규정하시며, 아낙시만드로스를 인류 최초의 과학자로 재조명합니다. 이 책은 과학의 출발점을 뉴턴이나 다윈이 아니라, 신화를 의심하기 시작한 한 인간의 질문으로 돌려놓습니다. 그 질문은 단순합니다. “자연은 자연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그러나 이 단순한 질문이야말로 인류의 인식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과학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한 단계 더 깊은 층위로 이끕니다.

카를로 로벨리 작가님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로,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 양자 중력’ 연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에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등에서 과학을 철학적 사유의 영역까지 확장해온 저술가이기도 합니다. 옮긴이 김동규 작가님은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및 대학원 출신으로, 과학·경제 분야 번역을 꾸준히 수행해 온 전문 번역가입니다. 이 책 역시 개념의 정확성과 문장의 균형이 잘 유지되어 있어, 과학사적 논의를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인문학을 전공한 배경에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동아시아 사유에서는 세계를 도덕적 질서나 천명(天命)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공자나 맹자의 사유에서도 자연은 윤리적 의미를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아낙시만드로스가 신적 설명을 배제하고 자연 자체의 원리로 세계를 이해하려 했다는 점은 매우 급진적인 전환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단순히 과학의 시작이라기보다,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한 사건으로 읽힙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비판과 배반의 윤리’입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스승 탈레스의 이론을 존중하면서도 과감히 수정하고 반박합니다. 이는 과학이 단순한 계승이 아니라, 끊임없는 수정과 갱신의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이 점은 과학철학에서 논의되는 반증주의나 패러다임 전환 이론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또한 과학과 민주주의가 동일한 ‘비판적 대화 구조’ 위에 놓여 있다는 설명은, 지식 생산이 사회적 조건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드러냅니다.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는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라기보다, 사고 방식 자체를 점검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문학적 배경을 가진 독자, 혹은 지식의 ‘방법’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깊은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 확실한 답을 찾기보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고 싶은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 책은 과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묻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