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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대도둑과 세기의 탈주극
솔레다드 로메로 지음, 훌리오 안토니오 블라스코 그림,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2월
평점 :
#전설의대도둑과세기의탈주극 #범죄 #교양서 #추천도서 #신간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전설의 대도둑과 세기의 탈주극>은 범죄사 속에서 특별한 장면들을 포착해 보여주는 흥미로운 교양서입니다. 이 책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출판인인 솔레다드 로메로 작가님이 집필하고, 발렌시아 공과대학 미술학부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훌리오 안토니오 블라스코 작가이 개성적인 그림으로 사건을 시각화했으며, 서브컬처 번역으로 잘 알려진 문성호 번역가님이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특히 광고와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해 온 저자와 그린이의 이력이 반영된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범죄 이야기 모음집을 넘어 시각적 정보와 서사적 흥미가 균형을 이루는 독특한 교양서로 완성되었습니다.

책에는 모나리자 도난 사건, 글래스고 열차 강도, 알카트라즈 탈주, 동독 열기구 탈출 등 역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범죄와 탈주 사건들이 소개됩니다. 범죄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사건들은 단순히 “대담한 범죄”라는 흥미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범죄는 항상 사회 구조와 기술 환경의 틈을 파고들어 발생하며,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 역시 보안 체계의 허점, 조직 범죄의 전략, 그리고 인간의 극단적 상황에서 발휘되는 창의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하수도를 이용해 은행을 턴 사건이나 수제 열기구로 국경을 넘은 탈출극은, 범죄학에서 말하는 ‘기회 구조(opportunity structure)’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범죄자들이 단순히 무모한 인물이 아니라, 특정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이해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범죄사나 형사정책 관련 자료를 읽을 때 항상 “범죄자는 무엇을 노렸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범죄학에서는 이를 ‘합리적 선택 이론(Rational Choice Theory)’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하는데, 범죄자는 위험과 이익을 계산해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이론적 틀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세계적인 미술품 도난 사건이나 대담한 탈주극을 보면, 범죄자들이 단순히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 치밀한 사전 조사와 준비 과정을 거쳤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학문적으로 보면 범죄의 계획성과 인간 행동의 전략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자료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범죄사를 읽을 때마다 “범죄자는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사회 구조를 가장 날카롭게 읽어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책 역시 그러한 통찰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책의 디자인입니다.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이 마치 탐정의 사건 파일을 펼쳐 보는 듯한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요. 인포그래픽처럼 정리된 범행 단계, 지도 형식으로 제시된 도주 경로, 그리고 레트로 감성이 살아 있는 일러스트가 조화를 이루어 독서 경험 자체를 매우 시각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특히 색감과 그래픽 스타일은 범죄의 어두운 분위기를 지나치게 무겁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균형을 보여줍니다. 범죄사를 다루는 책에서 이렇게 디자인적 완성도가 높은 사례는 의외로 드문데, 이 점에서 <전설의 대도둑과 세기의 탈주극>은 내용뿐 아니라 ‘책이라는 물성’ 자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죄사나 범죄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강력추천하는 책입니다. 소설보다 더 극적인 설정이 숨어 있어서 저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반 독자에게는 “범죄의 역사”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입문서로도 추천할 만합니다. 역사, 범죄, 인간 심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현실이 때때로 가장 기묘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