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의 ‘땅 따먹기’ 120년 - 식민지에서 제국으로
김용일 지음 / 이다미디어 / 2025년 12월
평점 :
#미국의땅따먹기120년 #김용일 #추천도서 #미국사 #역사 #신간도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국의 ‘땅 따먹기’ 120년>은 미국의 영토 확장 과정을 비교적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 역사 교양서입니다. 이 책을 쓴 김용일 작가님은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정치·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했고, 워싱턴 특파원과 미주 중앙일보 대표 등을 역임한 언론인입니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활동하며 현지 정치·사회 환경을 가까이 관찰한 경험이 이 책의 서술 방식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학문적 역사서라기보다는 현장을 오래 지켜본 기자의 시선으로 미국의 형성과 팽창을 설명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책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미국의 영토 확장 과정을 ‘땅 따먹기’라는 다소 구어적인 표현으로 정리했다는 점인데요. 일반적으로 미국의 영토 확장은 ‘프런티어 개척’이나 ‘서부 확장’ 같은 비교적 중립적인 용어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김용일 작가님은 이러한 과정을 보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에게 다른 시각을 제공합니다. 독립전쟁 이후 북동부 13개 주에서 출발한 미국이 루이지애나 매입, 텍사스 합병, 멕시코 전쟁, 알래스카 매입, 그리고 하와이와 필리핀 등의 해외 영토 획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하면서, 전쟁·협상·매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영토 확장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보여줍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국가 성장의 서사가 아니라, 국제정치와 제국주의의 현실을 드러내는 역사적 사례로 읽힙니다.

개인적으로 서양사 관련 자료를 접하면서 늘 흥미롭게 느껴온 점은 미국의 국가 형성이 매우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수세기 동안 형성된 것과 달리, 미국은 불과 100여 년 사이에 대륙 규모의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떠올린 것은 ‘명백한 숙명(Manifest Destiny)’이라는 19세기 미국 정치 사상의 영향이었습니다. 김용일 작가님이 정리한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 사상이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실제 정책과 군사 행동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확인하게 됩니다. 과거 대학에서 미국사를 공부할 때 루이지애나 매입이나 멕시코 전쟁을 각각의 사건으로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사건들을 하나의 영토 확장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묶어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는 데 있어 비교적 절제된 태도를 유지한다는 부분입니다. 미국의 영토 확장이 국가 발전의 과정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원주민 축출과 전쟁, 강압적 외교를 포함한 복합적인 역사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는 최근 역사학계에서 강조되는 ‘제국의 형성 과정에 대한 다층적 이해’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예컨대 멕시코 전쟁을 통해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 지역을 확보한 사건은 미국 경제 발전의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멕시코 입장에서는 국가 영토의 절반을 잃은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양면성을 균형 있게 보여주는 서술은 역사 교양서로서 이 책이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미국사에 입문하려는 독자에게 특히 유용한 안내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독자라면 각 사건을 다시 정리하는 참고서처럼 활용할 수 있고,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미국의 영토 형성과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한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제정치나 세계사에 관심 있는 분들, 또는 오늘날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어떤 역사적 배경 속에서 형성되었는지 궁금한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복잡한 이론보다는 사건과 흐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 교양을 넓히고 싶은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