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의 대여 서점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2
다카세 노이치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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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의 대여 서점>은 일본 에도 시대의 독서 문화와 출판 환경을 흥미로운 서사 속에 녹여낸 비블리오 소설입니다. 이 작품을 쓴 다카세 노이치 작가님은 1973년생으로 나고야여자대학 단기대학을 졸업하였으며, 2020<때때로 흠뻑 빠져 읽나니>로 제100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한 작가입니다. 이후 발표한 <센의 대여 서점>으로 일본 역사시대작가협회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역사소설 분야에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시대소설이 흔히 무사나 정치 권력의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책을 파는 사람이라는 비교적 주변적 인물을 중심에 두고 당대의 문화사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지닙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에도 시대는 출판 문화가 활발했지만 동시에 검열 역시 엄격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책은 매우 비싼 물건이었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세책점(貸本屋)을 통해 책을 빌려 읽곤 했습니다. 주인공 센은 바로 이 세책업을 하는 여성입니다. 본래 세책업은 무거운 책궤를 짊어지고 다니며 집집마다 방문해야 했기에 대부분 남성들이 맡던 일이었지만, 센은 홀로 이 업계에 뛰어듭니다. 그의 아버지는 인쇄 판목을 새기는 조각사였는데, 막부를 비판하는 책을 조각했다는 이유로 손가락이 부러지는 형벌을 받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 사건은 센에게 책을 단속하는 권력그럼에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이야기의 힘사이의 모순을 깊이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이후 센은 세책점 우메바치야를 운영하며 금서와 사라진 원고, 도난당한 판목, 정체불명의 책을 둘러싼 사건들 속에 휘말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과 능력을 시험받으며 성장해 갑니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책을 매개로 한 문화 탐정물이라는 성격입니다. 센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장사꾼이 아니라, 독자들의 취향을 읽어내고 유행하는 이야기와 그림을 파악하며 때로는 필사를 통해 사본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서점 MD이자 편집자에 가까운 역할을 합니다. 일본 출판사의 역사에서 보자면 에도 시대의 상업 출판은 현대 일본 대중문학의 토대를 만든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시대의 독서 시장을 현장감 있게 보여주며, 이야기 산업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통되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금서 단속이라는 정치적 긴장과 대중의 이야기 욕망 사이의 갈등 또한 작품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센의 대여 서점>은 단순한 시대소설이라기보다 이야기를 둘러싼 사회사를 흥미로운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여러 권 빌려 집까지 걸어오는 길의 묵직함을 경험해본 적이 있습니다. 가방 속 책이 점점 어깨를 누르지만, 그 무게가 오히려 읽을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을 떠올리면, 수십 권의 책을 짊어지고 에도 거리와 마을을 돌아다녔을 센의 삶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 일종의 신념처럼 보입니다. 센에게 책은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기억과 연결된 존재이며, 권력이 통제하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작품 속에서 센이 금서나 사라진 원고를 추적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미스터리 사건 해결을 넘어 이야기가 어떻게 살아남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읽혔습니다.

 

따라서 <센의 대여 서점>은 일본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책과 출판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특히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점이나 도서관, 출판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센의 시선을 통해 책이 유통되는 방식과 독자의 욕망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책을 둘러싼 인간 관계와 사건들이 경쾌한 미스터리 구조 속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시대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비교적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독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공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소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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