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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양장)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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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는 단순한 자전적 에세이가 아니라, 한 예술가가 평생에 걸쳐 구축해온 세계관의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타샤 튜더 작가님은 그림책 작가이자 정원사, 그리고 철저한 생활 예술가였습니다. 보스턴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엄격한 환경 속에 자랐으나, 부모의 이혼 이후 경험한 자유로운 분위기는 그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56세에 버몬트 산골로 들어가 18세기풍 농가를 짓고 정원을 일구기 시작한 선택은, 단순한 귀농이 아니라 ‘자기 서사의 완성’을 향한 실천이었다고 보입니다. 이 책은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의 일상과 철학을 풀어내면서, 결국 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답게 늙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세 가지입니다. 먼저 ‘시작하기 좋은 나이’에 대한 재정의인데요. 56세에 본격적으로 꿈의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흔히 중년 이후를 축소의 시기로 보는 사회적 통념을 뒤집습니다. 이는 76세에 화가로 데뷔한 모지스 할머니처럼, 창조적 삶이 연령과 무관하다는 사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손으로 하는 삶의 가치도 저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작가님은 바느질, 요리, 인형 만들기, 장작 스토브 요리 등 노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생활을 실천합니다. 이는 윌리엄 모리스가 말한 ‘생활 속의 예술’과도 통하는 태도로, 산업화 이후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고독을 긍정하는 태도도 좋았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통찰은, 소로의 <월든>을 연상시킵니다. 자연 속에서의 자립은 곧 정신적 독립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현대인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저 역시 식물을 기르고 동화를 읽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문장과 사진을 읽고 보는 경험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작은 화분을 돌보며 새 잎이 돋는 순간을 지켜보는 일은,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하는 태도를 배우게 합니다. 동화를 읽을 때 느끼는 서정성과도 닮아 있습니다. 타샤 튜더 작가님이 꽃과 동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던 이유 역시, 자연이야말로 인간의 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행복’을 거창한 성공이나 성취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오히려 행복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감각을 잃지 않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이는 현대의 슬로 라이프 운동이나 미니멀리즘 담론과도 연결되지만, 작가님의 삶은 유행을 따르기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체화된 신념이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그는 자연을 소비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늙어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저는 이를 ‘생활의 미학’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는 빠르게 성취하고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삶에 지친 분들, 혹은 언젠가 자신만의 정원을 꿈꾸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예술과 자연을 사랑하지만 현실 속에서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조용한 용기를 줄 것입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그 가능성을 차분히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