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홀에서 생긴 수상한 일 I LOVE 스토리
재스민 왈가 지음, 김예원 옮김 / 보물창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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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왈가 작가님의 <체리홀에서 생긴 수상한 일>은 미술관 그림 도난이라는 미스터리 장치를 중심에 두면서도, 실은 한 아이가 자기 세계를 다시 세워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해외 청소년 소설을 꾸준히 읽어 온 독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 작품은 사건 해결의 속도감보다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는 밀도를 택한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민 가정이라는 배경, 학교에서의 고립, 그리고 엄마를 둘러싼 의혹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주인공 라미의 자존감이 흔들리는 구조를 정교하게 떠받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대비입니다. 라미와 친구에게만 보이는 공중에 떠 있는 소녀는 유령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상징적으로는 라미 자신의 불안과 혼란을 가시화한 존재처럼 읽힙니다. 이는 현실과 환상이 맞물리며 성장의 단계를 드러내는 청소년 문학의 전통과도 닿아 있습니다. 예컨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논리의 균열을 통해 자아 탐색을 보여주었다면, 이 작품은 미스터리적 장치를 통해 내가 보이니? 난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존재의 확인과 자기 인식이라는 주제가 사건의 외피 아래에서 조용히 맥박칩니다.




 

그리고 우정의 결을 다루는 방식도 무척 좋았습니다. 베다라는 인물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라미가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이민 2세라는 공통된 배경 속에서 두 아이는 타자화된 경험을 공유하지만, 성격과 태도는 상이합니다. 그 차이가 갈등이 아니라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이 작품의 미덕입니다. 이는 최근 청소년 문학이 강조하는 관계의 윤리와도 맞닿아 있으며, 과장된 교훈 대신 구체적인 장면과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이 작품의 강점은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균형 감각에 있습니다. 사건의 단서를 좇는 과정 속에서 독자는 라미의 시선을 따라 불안, 수치심, 연대의 감정을 함께 통과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재미를 넘어, 타인의 의심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 그리고 선택이 결국 태도라는 사실을 사유하게 합니다. 특히 해외 청소년 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미국 사회의 이민 서사와 학교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점에서도 읽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학창 시절,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친구 관계에서 멀어졌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수업을 듣고 일상을 이어 갔지만, 보이지 않는 시선과 침묵이 더 크게 느껴졌던 기억입니다. 그때의 감정은 설명하기 어려운 공중부양과도 같았습니다. 발을 딛고 있지만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 채 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라미가 만나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존재, 저에게는 그 시절의 불안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통과했을 심리적 고립의 시간을 정직하게 비추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체리홀에서 생긴 수상한 일>은 또래 관계로 상처받은 청소년, 혹은 자녀의 내면을 이해하고 싶은 학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동시에 청소년 문학을 교양 독서의 한 갈래로 탐독하는 성인 독자에게도 충분한 울림을 줍니다. 사건은 해결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라미가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변화입니다. 미스터리의 외형 속에 성장 서사를 단단히 숨겨 둔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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