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심리학
이기동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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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범죄의 심리학>은 금융 범죄를 사건이 아니라 구조와 심리의 문제로 다루는 책입니다. 이기동 작가님은 과거 조직폭력배 기반 금융 범죄의 핵심에 있었던 인물로, 소년원과 교도소를 거친 이후 현재는 금융 범죄 예방과 피해 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흔히 회고담이나 자기 고백서로 흐르기 쉬운 이력임에도, 이 책은 개인 서사를 최소화하고 범죄가 작동하는 메커니즘 자체에 초점을 둡니다. 범죄를 낭만화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신뢰를 갖고 읽을 수 있는 텍스트입니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금융 범죄를 기술보다 심리 설계의 문제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보이스피싱이나 각종 사기 범죄를 다뤄온 기존 교양서들이 범행 수법의 신기함이나 기술적 정교함을 강조했다면, 이기동 작가님은 인간의 판단이 무너지는 지점을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궁금증 유발, 권위 위장, 공포 주입, 신뢰 구축이라는 반복되는 심리 공식은 범죄학에서 말하는 인지적 과부하권위 편향개념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범죄자가 특별히 영악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같은 조건에 놓이면 취약해질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부분은 피해자가 가해 구조로 편입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입니다. 대포통장, 수거책, 부업 알바 사기 등의 사례에서 드러나는 것은 범죄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합리화가 반복되며 개인이 구조 속으로 천천히 밀려 들어가는 과정은, 범죄사회학에서 말하는 점진적 일탈 이론과도 연결됩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내부자의 언어로 해부함으로써, 단순한 경고를 넘어 실제 탈출 지점이 어디인지까지 제시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금융 범죄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정보 비대칭의 문제로 해석한다는 점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상황, 금리 스트레스, 관계의 결핍과 같은 조건들은 범죄자에게 약점이 아니라 입구로 기능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금융 위험이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책에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플랫폼 노동 확대나 비대면 거래의 일상화 같은 사회적 변화가 이러한 범죄의 토양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범죄의 심리학>은 사기를 당한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범죄 뉴스를 보며 나는 저렇게 안 당할 텐데라고 생각해 본 적 있는 사람, 금융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범죄의 구조와 인간 심리에 관심이 있는 교양 독자, 청소년·청년 대상 교육이나 상담을 고민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공포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대신, 알면 피할 수 있고, 이미 흔들렸다면 멈출 수 있다는 현실적인 안전선을 차분히 제시합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경고문이 아니라, 사회를 읽는 하나의 냉정한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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