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영국 책방 도감 -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영국 로컬 서점 해부도
시미즈 레이나 지음, 이정미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2월
평점 :
#공간이한눈에보이는영국책방도감 #책 #책방 #서점 #시미즈레이나 #독립서점 #추천도서 #신간도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영국 책방 도감>은 서점을 ‘책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머무르고 관계를 맺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정교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인 시미즈 레이나 작가님은 저널리스트이자 번역가로, 오랜 기간 유럽과 영국에 거주하며 서점과 출판 문화를 현장에서 관찰해 온 분입니다. 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세계 꿈의 도서관》 등을 통해 서점이라는 장소가 지닌 문화적 밀도를 꾸준히 탐구해 왔으며, 이 책 역시 그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영국 독립 서점의 부활을 단순한 ‘감성 트렌드’로 설명하지 않고, 공간 기획과 큐레이션의 결과로 분석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일단, 각 서점의 내부 동선과 구조를 도면으로 제시하며 ‘왜 이 서점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지는가’를 설명합니다. 이는 서점을 자주 찾는 독자라면 감각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말로 풀어내기 어려웠던 부분을 설득력 있게 시각화한 사례입니다. 그리고 장르 분류 방식에 주목합니다. 리브레리아처럼 기존 분류 체계를 해체하고 ‘우연한 발견’을 설계한 사례는, 서점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장소를 넘어 사고를 흔드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운영자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공간 철학이 실제 서비스와 운영 방식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접근은 서점 공간에 대한 일정한 배경지식을 지닌 독자에게 특히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서점은 오래전부터 도시 문화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 왔고, 유럽에서는 살롱이나 공공 도서관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흡수해 왔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국의 서점들 역시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결절점으로 기능합니다. 미스터 비스 엠포리엄의 ‘북 테라피’ 프로그램이나 앨리게이터스 마우스의 맞춤형 독서 조언은, 디지털 환경에서 대체되기 어려운 인간적 상호작용의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은, 서점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왜 사람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사람들은 어떤 공간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가’라는 사회적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이 효율과 속도를 극대화할수록,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느린 공간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됩니다. 이러한 흐름은 카페나 박물관, 독립 상점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며, 서점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서점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공간 기획에 관심 있는 분들, 지역 문화와 커뮤니티의 미래를 고민하는 분들께도 권할 만한 책입니다. 언젠가 자신만의 작은 서점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참고서가 될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책을 사랑하는 교양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서점에 머무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사유하게 될 것입니다. 책장을 덮고 난 뒤, 다음에 서점에 들어설 때의 걸음은 분명 이전과는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