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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의 가족 상담소 - 얼굴 보면 속 터지고 돌아서면 생각나는 가족 관계 솔루션
이호선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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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호선의 가족 상담소>는 가족 상담 분야의 책을 자주 읽어 온 독자에게도 꽤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위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시되어 온 희생과 죄책감을 다시 묻고, 그 구조 자체를 해체하려는 시도가 분명합니다. 감정에 매달리기보다 관계의 작동 방식을 냉정하게 바라보도록 이끄는 점에서, 이 책은 감성적 에세이라기보다 현실적인 관계 매뉴얼에 가깝습니다.

저자인 이호선 작가님은 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노인상담센터장과 인성심리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가족 상담 전문가입니다. 오랜 상담 현장과 대중 강연, 방송을 통해 축적한 사례들이 이 책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학문적 이론을 과시하기보다, 실제로 반복되어 온 가족 문제의 패턴을 짚어내는 데 집중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지점은 ‘부적절한 친밀감’이라는 개념입니다. 가족은 가까울수록 좋다는 통념은 유교적 효 사상과 근대 가족주의 속에서 강화되어 왔지만, 작가님은 오히려 그 과잉 친밀성이 관계를 병들게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서구 가족사회학에서 말하는 ‘분화되지 않은 가족체계’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개인의 경계가 사라진 가족은 서로를 돌보는 대신 서로를 소진시키며, 그 결과는 의존과 원망의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작가님은 이 지점을 과장 없이, 그러나 단호하게 짚어냅니다.

여러 장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거머리 가족’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부모-자식 관계에 대한 분석입니다. 이 장은 단순히 부모를 비난하거나 자식을 옹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애주기 관점에서 부모의 불안과 자식의 부담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여 줍니다. 산업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노후가 개인의 문제가 되면서, 자식에게 정서적·경제적 의존이 집중되는 현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님은 이 구조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설계 실패로 바라보며, 거리를 두는 것이 불효가 아니라 생존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이호선의 가족 상담소>의 강점은 명확합니다. 추상적인 화해나 이해를 강요하지 않고,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합니다. 가족 문제로 죄책감에 눌려 있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내가 너무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현실적인 안도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더 이상 소진되고 싶지 않은 분들, 관계를 끊지 않고도 거리를 다시 설정하고 싶은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가족을 다시 생각할 힘을 주는, 단단한 교양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