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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마음공부 - 1,4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마음을 아는 길
강기진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책을 무료로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원효의 마음 공부>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조목조목 알려주는 처방전이라기보다, 마음이 어떻게 현실을 구성하는지를 되묻는 책입니다. 성과, 관계, 분노와 욕망 같은 현대인의 소진을 출발점으로 삼되, 문제를 “바깥이 험해서”가 아니라 “바깥을 해석하는 마음의 작동 방식”으로 돌려 세웁니다. 이 책이 겨냥하는 독자는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자기 마음의 구조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자주 멈추게 됩니다. ‘내가 괴로운 이유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붙잡는 방식일 수 있구나’라는 방향 전환이 계속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강기진 작가님은 주역을 현대어로 풀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구조를 읽는 사유”를 “마음을 읽는 사유”로 옮겨옵니다. 원효를 해골 물 일화로 단순 소비해온 관성을 비켜 서서, 원효가 평생 밀어붙인 한마음(一心)의 문제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려는 시도가 중심에 놓입니다. 이 책이 교양서임을 감안하면, 저자의 강점은 ‘불교학의 미세한 학술 논쟁’에서 승부하기보다, 원효의 핵심 논지를 현대인이 붙잡을 수 있는 질문 형태로 재배치하는 데 있습니다. “마음을 관리하라”가 아니라 “마음이 현실을 만들고 고통을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을 보라”는 쪽으로요. 독자 입장에선 이 방식이 설득력 있습니다. 마음공부를 또 다른 성과 관리 과제로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가 분명히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차별점은, 기존의 불교 마음공부서들이 자주 택해온 ‘진정–조절–내려놓기’의 루트를 상대적으로 뒤로 미루고, 대신 분별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전면에 놓는다는 점입니다. 그 중심축이 되는 개념은 저는 一心(한마음), 唯心(유심: 마음이 세계를 성립시킨다), 그리고 목차 곳곳에서 반복되는 不二(불이: 둘로 갈라 세우는 분별을 넘는다)로 읽었습니다. 요컨대 이 책은 “마음이 흔들릴 때 어떻게 고요해질까”보다 “왜 마음은 흔들리도록 세계를 재단하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인식의 방향을 ‘진정’에서 ‘이해’로 돌리는 전략이 이 책의 톤을 결정합니다.
제가 특히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대목은 2장, ‘마음이 곧 세계요 세계가 곧 마음이다’의 문제 설정입니다. 여기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실체라고 믿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① 문제 제기(우리는 바깥의 실체를 확실하다고 믿는다) → ② 논리/개념(하지만 그 확실함은 마음의 작동, 즉 분별과 집착의 구조 위에서 성립한다) → ③ 삶에 적용 시 해석 변화(같은 사건을 두고도 더 괴로워지는 이유는 ‘사건’이 아니라 ‘사건을 실체화하는 방식’에 있다)로 이어집니다. 이 흐름이 좋은 이유는, 독자가 곧장 자기 삶의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성과 압박에 눌릴 때, 우리는 상황을 ‘절대적인 현실’로 굳혀버립니다. 그런데 이 장은 그 굳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며, “현실을 바꾸기 전에 인식의 프레임부터 점검하라”는 쪽으로 시선을 이동시킵니다. 말하자면 마음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 만드는 세계의 문법을 읽게 합니다.

결국 <원효의 마음 공부>는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토닥이기보다는, “당신은 지금 무엇을 실체로 붙잡고 있나요”라고 묻는 책에 가깝습니다. 읽고 나면 마음이 즉시 평온해진다기보다, 내가 괴로움을 만드는 방식이 한 겹 벗겨진 느낌이 남습니다.그래서 성과·관계·분노 문제를 ‘내 탓’으로만 돌리다 지쳤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이 책의 미덕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깨어남 쪽으로 독자를 데려가려는 교양 철학서라는 점에서 저자의 생각이 정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원효를 기행 승려가 아닌 자신의 사유를 삶으로 밀어붙인 철학자로 다시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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