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공간 제작의 기술
김재선 지음 / 가능성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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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집짓기 #인테리어 #공간제작 #사유하는공간제작의기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집을 예쁘게 꾸미는 법을 알려주는 인테리어 책이기보다, ‘거주한다는 행위의 의미를 다시 묻는 인문적 실천서에 가깝습니다. 번아웃의 시대에 우리는 더 좋은 집을 소유하려고는 애쓰지만, 정작 그 안에서 쉰다는 법, 더 나아가 살아낸다는 법을 자주 잃어버립니다. 김재선 작가님은 그 공백을 공간은 결국 나를 담는 그릇이며, 나를 회복시키는 장치라는 언어로 채웁니다. 공간을 바꾸는 일이란 곧 삶의 리듬과 감각, 관계의 방식까지 다시 짜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주거를 자산이 아닌 존재 방식으로 되돌려 놓는 의미 있는 제안입니다.

공간은 단순히 물건이 놓이는 배경이 아니라, 몸과 감정이 매일 통과하는 환경입니다. 즉 공간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조용한 규칙에 가깝습니다. 어떤 빛 아래에서 하루를 시작하는지, 어떤 색과 질감이 긴장을 풀어 주는지, 무엇이 눈에 계속 걸려 집중을 깨뜨리는지 같은 요소들이 쌓여 결국 감정의 바닥과 일상의 에너지를 결정합니다. 김재선 작가님이 집을 House가 아니라 Home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집이 더 이상 전시되는 무대가 아니라 회복·영감·몰입을 생산하는 삶의 기반 시설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간을 이해하는 일은 곧 자신이 어떤 리듬으로 살고 어떤 감각에서 안정되는지 파악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유하는 공간 제작의 기술>공간을 감성적 위로의 소재로만 다루지 않고, 철학(거주함)뇌과학(생체리듬)실무(예산/계약/체크리스트)를 연결해 사유가 현실로 내려오는 경로를 보여 주고 있어서 무척 신선했습니다. 이 책은 생각이 좋은 말로 끝나는인문 에세이가 아니라, 생각을 실제 집 안의 빛, , 조닝, 루틴으로 바꿔 놓는 제작 매뉴얼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독자는 감동만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나는 오늘 무엇을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게 됩니다.




 

많은 인테리어 책은 어떤 스타일을 원하세요?”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김재선 작가님은 그 질문을 뒤집어 당신은 집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이 전환이 중요합니다. 취향은 흔들릴 수 있어도, 회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복영감몰입이라는 세 가지 공간 언어는 막연한 힐링을 구호로 만들지 않고, 집을 설계할 때의 판단 기준으로 바꿔 줍니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예쁜 집이 아니라 내가 살아낼 수 있는 집을 목표로 삼게 됩니다.

 

또한 아침의 빛과 저녁의 빛이 다르다는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우리는 집에서 조명을 거의 바꾸지 않은 채 하루를 버팁니다. 김재선 작가님은 색온도, 빛의 레이어링 같은 개념을 통해, 공간이 감정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색 또한 유행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과 내면을 치유하는 퍼스널 컬러의 문제로 다루면서, 60:30:10 법칙을 단순한 꾸미기 팁이 아니라 실패 확률을 줄이는 설계 언어로 제공합니다. 여기에 원목과 패브릭의 파티나를 통해 촉각의 위로를 말하는 대목은, 시각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책의 문제의식과 맞물려 독자의 감각을 실제로 흔들어 깨웁니다.




 

그리고 조닝을 단순한 공간 분리로 보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거리의 기술로 설명한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오픈 키친의 사례나 노크의 약속처럼, 관계의 갈등을 도덕적 훈계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공간 구조와 규칙으로 재설계하는 접근은 현실적입니다. 관계가 무너질 때 우리는 흔히 마음만 고치려 하지만, 사실 마음은 환경과 습관에 의해 더 쉽게 무너집니다. 이 책은 그 지점을 정확히 찌릅니다.

 

6장에서 제시되는 예산 배분, 계약, 체크리스트 같은 실무 파트는 이 책을 좋은 말 많은 책에서 구해 냅니다. 거주를 바꾸고 싶어도 예산과 공정이 발목을 잡는 현실에서, 김재선 작가님은 이상과 현실의 접점을 설계하는 법을 꽤 꼼꼼하게 제공합니다. 게다가 워크북은 읽기의 끝을 실행으로 연결합니다. “빛 지도”, “공간 선언문은 단순한 활동지가 아니라, 독자가 자신의 공간과 삶을 언어로 정리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집이 있는데도 집에서 쉬지 못하고, 집이 갤러리처럼 느껴지는 분, 번아웃 상태에서 쉬는 법자체를 다시 배우고 싶은 분, 인테리어를 하고 싶지만 트렌드와 SNS 감각에 지쳐 나만의 기준이 필요한 분, 가족/동거 관계에서 자꾸 부딪히며, 감정 싸움이 반복되는 분(조닝 파트가 특히 도움 됩니다), 철학적 사유를 좋아하지만, 결국 일상을 바꾸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남는 건 예쁘게 꾸며야지가 아니라, “나는 내 공간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라는 질문입니다. 결국 김재선 작가님이 말하는 사유하는 공간이란, 인테리어 결과물이 아니라 나를 다시 회복시키는 생활의 구조입니다. 집을 바꾸는 일은 취향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내 몸의 리듬과 감정의 안전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꽤 단단하게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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