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스페인사 - 단숨에 읽는 스페인 역사 100장면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역사
나가타 도모나리.히사키 마사오 지음, 한세희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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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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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비트 왕조의 지배를 받기 전타이파 국가들은 정치적·경제적으로 매우 무력했기 때문에 기독교 제국의 신하가 되거나 무역 활동으로 국가를 유지했습니다반면 무라비트 왕조에서 지도자적 위치였던 베르베르족은 코란의 가르침을 엄격하게 지켰고 이교도에 대해서도 이슬람 규범을 지킬 것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이 때문에 기독교 제국과 모사라베와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 타이파 왕들과 무라비트 왕조는 대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9 p /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스페인사>

 




 

현익출판에서 출간된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스페인사>는 저의 취향에 꼭 맞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진, 짧은 설명, 그리고 부담 없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순수 역사서처럼 딱딱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여행 가이드처럼 얕지도 않다는 게 특징적입니다. 가령 라스 벤타스 투우장, 구엘 공원 같은 장소 설명도 독자에게 단순히 여기 가세요가 아니라 이 장소가 왜 지금의 스페인을 만들었는가로 생각이 이어지도록 해줍니다. , ‘여행을 잘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여행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콩키스타, 대항해시대, 종교재판, 식민지, 내전, 프랑코 독재, 민주화까지 스페인사의 굵직한 흐름을 장면 단위로 나누어 놓았기 때문에 오늘은 이베리아 반도부터 내일은 대항해시대 지치면 프랑코 정권 이후만 이런 식으로 지적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스페인사를 공부시키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독자를 스페인의 시간 위에 자연스럽게 올려놓습니다. 연대기 암기, 왕 이름 줄세우기, 왕조 외우기 같은 전통적인 역사서의 피로를 과감히 버리고, 100개의 장면으로 스페인의 역사를 쪼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구성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 책의 도입부는 스페인을 둘러싼 익숙한 이미지에서 출발하는데요. 플라멩코, 투우, 엘 클라시코, 피카소와 가우디와 같은 곳입니다. 독자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을 하나씩 불러낸 뒤, 곧바로 그것이 스페인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습니다. 그리고 기후, 지형, 언어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스페인이 단일한 문화권이 아니라 겹겹의 차이로 이루어진 공간임을 설명합니다. 흔히 지중해성 기후 국가로 뭉뚱그려지던 스페인이 사실은 해양성·대륙성 기후가 공존하고, 카스티야어 외에도 카탈루냐어·갈리시아어·바스크어 같은 독자적 언어권이 존재한다는 설명은, 이후 전개될 역사 서사의 배경을 차분하게 다져줍니다.




 

이어지는 이베리아반도의 로마화 과정 역시 이 책의 태도를 잘 드러냅니다. 기원전 197년 로마의 진출, 히스파니아라는 명칭의 기원, 팍스 로마나 시기의 발전을 간결하게 정리하면서도, 선주민의 저항과 긴 시간에 걸친 충돌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정복과 발전을 단선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지배와 저항이 공존한 시간으로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사진 자료와 지도, 짧은 설명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독자는 로마화라는 개념을 외워서 이해하는 역사가 아니라, 공간 위에서 자연스럽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스페인사를 설명하기보다, 스페인을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먼저 제공하는 역사서에 가깝습니다.

 

스페인은 종교와 권력이 어떻게 결합하고 폭주하는지, 제국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망하는지, 내전과 독재 이후 민주주의가 어떻게 복원되는지를 한 나라 안에서 전부 보여준 압축 사례입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 왜 유럽은 식민지 문제를 아직도 끌고 가는지”, “왜 지역 분리 문제가 지금도 반복되는지”, “왜 예술과 정치가 스페인에서 그렇게 얽혀 있는지가 뉴스보다 먼저 이해됩니다. 교양은 정보를 많이 아는 게 아니라, 현실을 해석할 좌표를 갖는 것이라는 점에서 스페인사는 아주 좋은 기준점이 되지요. 그러므로 스페인사를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겉멋 교양이 아니라, “, 그래서 지금 이 세계가 이렇구나하고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알짜배기 교양이 담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싫어했던 분, 여행을 핑계로 지성을 챙기고 싶은 분, 뉴스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분에게 <교양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스페인사>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되리라 자신합니다. 또한 이 책을 덮고 나면 스페인이 더 좋아졌다기보다, 섣불리 안다고 말할 수 없게 됩니다. 하나의 이미지로 묶이기엔 이 나라는 너무 많은 층위와 시간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을 부추기기보다,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를 남긴다는 점에서 깊은 여운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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