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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튜던트 - 배움의 재발견
마이클 S. 로스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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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도제가 된 학생들도 독립을 목표로 삼았다. 다만 도제 교육에서는 사회 공동체를 더욱 강조했다. 직인 길드, 마을, 도시, 교회의 일원으로서 독립한다는 것은 행동 규범이 다소 다른 아이들의 세계를 떠나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었다. 도제는 적어도 관습과 권위가 부과하는 위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전근대 유럽’이라는 말은 수백 년에 걸친 시기와 매우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는 말이며, 당연히 도제들의 경험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79 p / <더 스튜던트> / 소소의 책 / 마이클S.로스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한번쯤 ‘학생’이라는 신분을 거치게 됩니다. 꼭 ‘학교’라는 정규 교육기관이 아니더라도, 사회 속에 들어가 제 몫을 해내려면 누군가에게 기술이나 지식을 전달받는 시간을 가져야 하니까요. 우리는 이렇게 적지 않은 시간을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보냅니다. 그럼에도 ‘학생’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저 학생은 기술이나 지식을 묵묵히 습득하고, 힘들더라도 참고 버티고 인내하는 게 미덕이 아닐까하는 생각 정도만 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랬기에 최근 출간된 마이클 S. 로스 작가님의 <더 스튜던트>라는 책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제가 놓치고 살았던 ‘학생이란 무엇인가’, ‘배움은 어디에서 오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이 두 질문을 중심축에 놓고 인류가 배움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상상해 왔는지를 긴 시간축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배움이란 단순한 습득이라고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배움을 ‘다른 사람에게서 배움을 얻어 스스로 생각하는 자유를 기르는 과정’이라고 정의내립니다. 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배움을 원하는지를 이 단 한 줄의 정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배움을 통해 사실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학생은 단순한 청자가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우는 존재라는 이 책의 선언이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학생을 능동적이고 발전적인 존재로 본다는 점에서, 현대 교육학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배움’의 역사적 주제를 단순히 지식 전수로 보지 않습니다. ‘인간-관계-사유의 형식’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령 공자의 제자들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덕을 닦으며 배우는 존재들입니다. 또한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은 질문과 대화를 통해 자기 이해로 나아가는 존재들이며, 예수의 제자들은 스승의 삶과 사랑을 실천하며 변모하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제자들은 배움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확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배움과 학생의 논의를 개념적으로 혹은 추상적으로만 다루지 않고 오늘날의 대학생 문화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인간, 의존에서 벗어나 자유의 시민이 되는 과정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줍니다. 결국 배움을 통해 자유를 획득하는 인간의 역사적인 드라마를 찬찬히 보여주면서, ‘인간의 지적 여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멋진 일인지를 깨닫게 해주지요. 미국대학협회 회장인 린 파스케렐라는 ‘이 책은 오늘날 학생들이 직업과 시민의식, 삶에서 번영을 이루는 길을 제시하는 동시에, 좋은 학생이자 교사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혁신적으로 재해석한다’라고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바 있습니다. 저는 이 추천사가 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잘 요약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 교육, 지성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더 스튜던트>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