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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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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회불안장애를 설명할 때 외적 시선과 내적 시선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마음이 바라보는 방향, 즉 마음의 시선이나 관심의 방향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수업시간에 앉아있지만 딴 생각에 빠지거나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다면 마음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외적 시선이란 마음의 시선이 나 자신이 아닌 외부를 향한다는 뜻이고 내적 시선은 마음의 시선이 나 자신을 향한다는 뜻이다.
-53 p /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 쌤앤파커스

영국 공인심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안젤라 센 작가님의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안젤라 센 작가님은 영국 국립정신과 심리치료 클리닉 아이앱트에서 15년간 무려 1,500명이 넘는 사람들과 1만 5,000시간 이상 만나온 베테랑입니다. 예전에는 ‘상담’이라는 게 조금은 특별한 상황에 놓인 사람만 가는 게 아닌가하는 사회적인 편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일상적으로 받고 있고, ‘슬픔, 외로움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콘텐츠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소위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음지에 있기보다는 수면 위로 꽤 드러난 셈이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의 상처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지만 학창시절 겪었던 따돌림, 교사의 편애 등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어서 여전히 사람에 대한 불신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이는 비단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봅니다.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는 아직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는 따뜻한 메시지입니다. 어렵고 딱딱한 상담 이론서나 사례집이 아닙니다. 작가님이 지금까지 경험했던 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서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도 다수 들어 있어서 읽는 동안 저절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우리나라도 ‘혼밥 내지 1인 문화’가 보편화되었습니다. 이런 문화가 일상화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상처, 피곤함’ 등이 큰 원인으로 한 몫을 했겠지요. 이 책의 1장에서 작가님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절’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합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을 회복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사례와 함께 풀어놓는데, 저는 이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주변의 도움 외에도 그들 자신이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연결되려 했고 도움을 구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고 삶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야말로 사회성의 발달이며 사람으로 상처받았지만 사람으로 치유한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로 인간관계 및 일 등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다수 들어 있으니 책으로 직접 내용을 확인하신다면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자신의 상처를 대면하고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를 1장부터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이 책이 무척 흡입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이 책이 저와 너무 동떨어진 트라우마, 심리치료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이렇게 집중해서 읽지 않았을 것입니다. 작가님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놓고 자기 자신을 구원해준 것은 자기 안에 숨어있던 ‘다정함’이라고 고백한 부분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아프게 한 사람들을 꼭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는 구절에서는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자신만은 용서해야 하고, 자기 자신과는 화해해야 한다는 구절에서도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작가님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가해자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보다 그런 일을 막지 못한 자기 자신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썼습니다. 그것은 자기부정, 자기혐오, 자기공격으로 이어지므로 상처받은 자신의 마음을 위한 아낌없는 다정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제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아픔과 상처가 씻겨내려간 기분이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면서 ‘다정한 사람’이 되어 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마음의 상처 때문에 오랫동안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