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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지하 세계 : 도시를 지탱하는 땅 밑 세계 탐구 ㅣ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 8
데이비드 매콜리 지음,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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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도시건 적절한 상수도 시설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도시에서 떨어진 급수장에 모아 놓은 물을 지표면에서 수십 미터 아래에 설치한 파이프와 터널을 통해 도시의 저장 탱크로 가져온다. 물의 흐름이 일정할 수 있도록 파이프와 터널은 가능한 한 일정한 기울기를 유지하게 만든다. 경사도를 유지할 수 없는 구간에서는 펌프를 이용해야 한다. 도시 안의 파이프 장치는 매우 복잡하고 크기도 다양하기 때문에 중력으로만 물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47 p / <도시의 지하 세계> / 데이비드 매콜리 지음, 윤영 옮김 / 다산어린이

다산어린이 출판사에서 2025년 하반기 출판계를 뒤흔들어놓을 멋진 책을 번역해서 선보였습니다. 바로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쓴 데이비드 매콜리 작가님은 건축, 역사, 과학, 공학 등 전문적인 주제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논픽션 그림책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분입니다. 이 책의 역자인 윤영 번역가님은 과거 한국에 출간되었던 7권의 책을 더욱 알기 쉬운 언어로 번역하고 국내 출간에서는 빠져 있던 <공장>과 <마천루>를 추가하여 온전한 세트를 완성하였다고 책날개에서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매콜리 건축 이야기>는 “피라미드, 고대 도시, 대성당, 성, 이슬람 사원, 공장, 마천루, 도시의 지하 세계, 큰 건축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8권인 “도시의 지하 세계”편을 리뷰하겠습니다.

보통 도시라고 하면 빌딩숲을 쉽게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빌딩을 지탱하고 있는 근간인 ‘지하’는 쉽게 상상하기 힘듭니다. 데이비드 매콜리 작가님은 겉으로 보이는, 도시를 이루고 있는 건물들이 아닌 그 도시를 지탱하는 땅 밑 세계를 8권에서 집중적으로 탐구합니다. 작가님은 거대하고 복잡한 땅속 세상은 우리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그 안이 얼마나 복잡한지 상상하기 힘들고 얼마나 효율적인지 실감하기 어렵다고 썼습니다. 지하철이 고장나거나 수도관이 터지고 나서야 얼마나 우리가 이 복잡한 지하의 연결망에 의존하고 살았는지를 늦게 깨닫게 된다는 작가님의 글을 읽었을 때, 저도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지만, 정작 도시를 움직이는 건 지하 세계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호기심을 가지고 책장을 한 장씩 넘겼습니다.

이 책은 판형이 225x300mm입니다. 평범한 단행본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작가님의 그림을 정밀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통 그림이 많으면 글이 부실한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전문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어린이부터 성인 독자까지)과 핵심을 보여주는 그림이 함께 있어서 마치 진짜 ‘땅 속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큰 건물의 기초를 세우는 방법을 이토록 일목요연하게 설명한 책은 저도 처음 보았습니다. 어쩌면 영상에서도 이렇게 자세한 과정을 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작가님의 전공이 건축이어서 글에 담긴 전문성이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건축에 대해 몰랐던 재미있고 신기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마치 공사 현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도 느낄 수 있었는데요. 가령 작가님은 평범한 건축 관련 책처럼 단순하게 설명을 하고 끝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흙부터 파내야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작가님은 이 터파기라는 과정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터파기를 시작하기 전 어떠한 예방 조치가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예방 조치 중에서 흙막이벽을 세우는 게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해줍니다. 작가님의 그림과 함께 보다보면, 마치 공사 현장에서 건축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저는 평소 출퇴근을 할 때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지하철이 다닐 수 있도록 터널을 어떻게 만드는지 이 책에서 자세히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이토록 도시의 땅 속 세계를 정밀하게 파헤친 책은 아마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하퍼스 북레터에서 “데이비드 매콜리는 건축계의 루이스 캐롤이다.”라는 찬사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엔 루이스 캐롤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작가님의 집요함,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열정, 놀라운 상상력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어린이부터 성인 독자까지 누구나 사로잡을 수 있는 멋진 책입니다. 사회, 지리, 예술, 건축,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불멸의 고전으로 찬사받는 데이비드 매콜리의 건축 이야기를 소장하실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