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맥공주
이지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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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단편소설집 #SF소설 #산맥공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괜한 짓인 줄 알면서도 시계를 보고 새 눈 속으로 발을 넣었다늦는다면 지금부터의 길 탓일 거다뿌둑뿌둑뿌둑뿌둑... 내리는 눈처럼 한 낱 한 낱 쌓이는 걸음들이 아문센의 백 걸음처럼 기묘한 느낌이어서 다시 멈춰 섰을 때 나는 왜 섰는지 몰랐다앞을 보고뒤를 보고의미도 없이 머뭇거리다가 그 구멍을 보았다.

-63 p / <산맥공주>

 




이지연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 <산맥공주>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장르문학이 이 정도로 많이 발전했구나하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지연이라는 이름을 빼고 본다면, 서양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을만큼 서양의 민담과 전설이 소설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드래곤 라자>, <반지의 제왕>, <> 등과 같은 작품들을 한국에 첫 정식 출판한 편집자이셨다고 합니다. 무려 30년 이상 SF 판타지 작가 및 번역가로 활동하셨다고 하니, 과연 이 분야의 대가라고 하기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다른 판타지, SF 소설들에서 보기 힘든 단단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지연 작가님은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다른 별로 떠났다는 것입니다. 작가님의 신작들을 더 만날 수 없다는 게 슬프지만, 그랬기에 더 이 소설집을 아끼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이지연 작가님의 소설 스타일은 순문학 스타일을 완전히 벗어나 상상력이 극에 달하는 진짜 판타지라는 점입니다. 이 소설집은 순문학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맞지 않겠지만,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작품집입니다. 요즘에야 웹소설이 부흥하면서 장르문학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지연 작가님이 황금가지 편집장으로 활동하던 당시에는 장르문학이 홀대받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훌륭한 여러 나라의 판타지 문학을 읽고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에 결국 <산맥공주>와 같이 뛰어난 작품집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산맥공주>에는 씨앗에서 태어난 아이, ‘출룬체첵이 등장합니다. 이 아이의 성별은 여자임에도 엄청난 괴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데요. 과연 이 아이와 아버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계속 기대를 하며 읽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눈 속의 요정>도 무척 특이하면서도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우연히 발견된 작은 요정으로 인해 자잘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데, 과연 작은 요정이 인간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 채 읽어나간 소설입니다. 그 외에 <역표절자들>은 마치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무엇이 진실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추리소설과도 같았고, <공녀님은 기사가 되고 싶어서>는 마치 요즘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을 반대로 패러디한 것 같은 느낌이어서 신선했습니다.




 

요즘 웹소설이 부흥하면서 장르문학이 발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지연 작가님만큼 깊이있고 멋진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은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편 하나 하나가 각자 색깔이 있으면서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여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 작가가 있다니!’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이지연 작가님의 뒤를 이어 이렇게 멋진 작품들이 한국 문단에 계속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즐거운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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