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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13
알베르 카뮈 지음, 이주영 옮김, 변광배 감수 / 코너스톤 / 2025년 7월
평점 :

대학 시절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문학과 철학>이라는 교양과목의 과제로 읽었던 책인데, ‘실존주의, 부조리’라는 용어를 그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인간이 직면한 무의미한 운명을 참으로 지독하고 냉정하게 그려낸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카뮈는 철학, 연극에도 조예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어쩐지 지독히도 철학같은 소설이었습니다. 195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게 뜬금없이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방인> 하나만 보아도 세계적으로 문학적 역량을 입증할만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의 취향에 꼭 맞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삶’을 이토록 냉정하게 바라보는 작가는 처음이었기에 굉장히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카뮈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페스트>도 언젠가는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페스트 –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페스트>의 배경은 알제리의 항구 도시인 ‘오랑’입니다. 어쩌면 평범하고 낭만적일 수 있는 공간에 어느 날 갑자기 페스트라는 전염병이 도시를 덮칩니다. 도시는 죽음과 공포로 엉망진창이 되고 사람들은 날카롭고 이기적인 본성을 보여줍니다. 마치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만약 제가 오랑에서 페스트를 맞이했다면 아마 생각이 마비되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저도 혼자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잔인하게 짓밟고 속였을지도 모르겠지요. 그러나 인간의 의지는 참으로 불가사의하고 놀랍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이 불행한 환경에서도 결국 ‘가장 인간다움’, ‘인간적인 연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연대’를 하려는 움직임,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 소설은 그저 그런 아포칼립스 소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랑은 페스트에서 풀려나긴 합니다. 사람들은 언제 페스트가 있었냐는 듯 점점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페스트는 영원히 잠든 것이 아닙니다. 다시 깨어날지 모른다는 공포가 이 책의 결말에 담겨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절망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생각하고 선택하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읽어도 참으로 대단하고,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미 코로나 사태를 예견한 것 같아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역시 명작은 명작입니다. 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에게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추천합니다. 특히 이 초판본 디자인을 보면서 읽으면 더욱 페스트 상황이 생생하게 상상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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