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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여름 방학 - 2000년 프랑스 크로노 상, 트리올로 상, 발렝시엔 상, 피티비에 상 수상작
야엘 아쌍 지음, 박재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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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모모는 귀가 시간을 잘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새 책을 품에 안고 언덕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언덕에 오르니 이미 다른 사람이 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모모의 벤치에 말이죠. 모모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다른 벤치는 없습니다.
-41 p / <모모의 여름 방학>

<모모의 여름 방학>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어렴풋이 떠오르게 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동화입니다. ‘순수’라는 가치가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세상에 남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작품이지요. 이 작품의 주인공인 모모는 수레국화마을에 사는 11살 소년입니다. 이름은 꽤 예쁜 마을이지만, 사실 이 곳에서는 수레국화는커녕 나무나 숲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모모는 꽃도, 나무도, 정원도 없는 마을에서 심심한 나날들을 보냅니다. 긴 여름 동안 아무도 가지 않는 마을 끝 언덕에서 홀로 서성이는 것 외에, 모모에게는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모모네 가족은 큰누나 파티마, 큰 형 아메드, 작은 누나 야스미나, 그 아래로 쌍둥이 라시드, 엄마, 아빠 이렇게 여덟 식구입니다. 모모네 가족은 이주민 노동자용 공동 주택에서 부대끼며 사는데, 모모의 아빠는 모모가 태어나기도 전에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친 뒤로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그리고 기억도, 직업도 잃게 됩니다.

이 모든 환경은 어쩌면 어린 모모에게 너무나 가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주민이라는 신분, 그리고 가난은 평생 모모에게 장애물이 될 테니까요. 사실 모모도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요. 교장 선생님, 모모의 누나인 파티마와 엄마는 모모가 학업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모모의 총명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모모를 아까워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모모가 무척 안타까웠는데, 과연 그러한 환경에서 공부를 더 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적인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모모는 교장 선생님이 주신 ‘추천도서목록’을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세상을 배워나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은퇴한 교사인 에두아르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에두아르 할아버지를 통해 책읽기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게 되지요. 모모는 비록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다행히 ‘책’을 만났고, ‘책’만큼이나 소중한 ‘에두아르 할아버지’라는 인연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이 동화를 읽으며 자연스레 모모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동화의 결말은 굉장히 슬프면서도 감동적입니다. 너무 줄거리를 자세히 쓰면 제 리뷰를 읽고 동화를 읽지 않는 분도 생길 것 같아 결말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모는 어린 나이임에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았던 사랑과 관심을 다시 돌려주는 성숙함을 보여줍니다. 그 부분이 저에게 큰 감동으로 와닿았고, 모모의 미래가 더 밝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모모의 여름 방학>은 성인 독자가 읽어도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입니다. 어린이들이 읽는다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알게되는 동화가 될 것입니다. 아름답고 잔잔한 이 동화를, 독서의 가치를 깨닫고 싶은 분들과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