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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골목 여행 -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송은정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토골목여행 #여행에세이 #일본여행 #교토
언젠가 고조역 근처로 가던 중 북적북적 줄 서 있는 낯선 골목 풍경을 맞닥뜨린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젊은 청년이 운영하는 유명 빵집이었던 것. 사실 교토에서는 이런 장면이 흔하고 익숙하다. 실제로 도도부현 중 빵을 가장 많이 소비한 도시로 교토가 뽑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
-89 p / <교토 골목 여행>

저는 일본 문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편입니다. 10대 시절부터 소위 J-pop이라고 불렸던 일본 대중 가요들, 문학,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을 즐기면서 일본 감성을 흡수해 왔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직접 일본에 가서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송은정 작가님의 <교토 골목 여행>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대도시여서 그런지, 저는 도쿄보다는 오사카나 교토를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화려하고 북적북적한 도시에서 더 볼거리가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이런 곳들이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낯선 나라의 시골로 가서 색다른 체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책 제목에서 '교토 골목'이라는 말이 저에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소란하지 않은 교토 골목의 안쪽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소담한 그릇상점, 동네 터줏대감 빵집과 목욕탕, 800년 된 녹나무가 지키는 사찰 등 교토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풍경들이 소개됩니다. 이 책은 올컬러로 되어 있어 사진들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교토의 풍경들이 한 페이지에도 네 컷 정도 실려 있는 경우가 있어서 다양하고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방문한 가게들의 주소, 운영시간, 휴무일, 전화, 홈페이지, SNS가 모두 소개되어 있어서 실제로 교토 여행을 갔을 때 찾아가기도 쉽습니다. 저는 교토 여행을 가게 되면 '이치카와야코히'라는 가게에 꼭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했는데요. 이 가게는 도예가인 할아버지의 거처이자 공방이었던 200년 된 마치야를 카페로 개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오카와리 커피, 즉 리필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아도 고풍스럽고 멋진 곳입니다.

작가님은 '이미 다녀온 도시나 장소를 다시 찾아가는 여행을 좋아한다.'라고 합니다. '생경한 풍경이 선사하는 설렘만큼이나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방문하는 일 또한 즐겁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은 교토에 처음 방문하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책을 쓰기 전에도 교토에 방문을 했었고, 이전에 갔던 곳에 또 가서 느낀 감정을 책에 남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처음 도쿄를 방문한 사람 특유의 설렘이 강하게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잔잔한 마음으로, 과하지 않게 소개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작가님은 디앤드디파트먼트라는 곳을 교토에 올 때마다 빠짐없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엄선된 교토의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고 있어 고민의 시간을 덜어주고 개별 매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도 덜어준다고 합니다. 저도 교토 여행을 가면 꼭 이 곳에 들러서 가족, 친구, 직장동료, 지인의 선물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교토 골목 여행>이 뻔한 책이 아니라서 인상깊고 좋았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보았던 유명 관광지는 저에게 별로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누구에게나 내세우고 자랑하고 싶은 여행이 아니라, 친한 친구에게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들이 소개된 책이 바로 <교토 골목 여행>입니다. 정적이고 차분하지만 감성 넘치는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일본의 진한 감성을 알고 싶은 분들도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