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제2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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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보통 #여행의기술 #정영목 #청미래 #추천도서





휴게소에 다른 손님들은 몇 명 없었다한 여자는 한가하게 컵 안에 든 티백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한 남자와 두 어린 소녀는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턱수염을 기른 나이든 남자는 십자말 풀이와 씨름하고 있었다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왠지 생각에 잠긴 듯한 분위기슬픈 분위기였다.

-45 p /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즐겨 읽는 독자로서, 이번에 청미래에서 출간한 <여행의 기술>은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요즘 독서를 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만큼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신뢰하는 번역가인 정영목 선생님이 번역한 책이기도 하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알랭 드 보통이 얼마나 위트있고 철학적으로 풀었을지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행 그 자체를 좋아하진 않지만, 여행 에세이나 여행에 관한 영상은 좋아합니다. 간접경험이 직접경험만큼 큰 즐거움과 설렘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여행의 기술>만큼 저에게 여행에 대한 간접경험을 선명하고 풍요롭게 준 책은 매우 드뭅니다. 이 책은 보통의 여행 에세이들이 보여주는 여행의 동기, 여정, 보고 느낀 것을 단순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단순 정보가 아닌, 여행이 작가에게 주는 모든 생생한 느낌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행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인 생각, 감정들을 따라가다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 지금까지 체험한 적이 없는 깊은 여행을 한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은 여행을 단순히 새로운 설렘’, ‘견문 넓히기정도로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여행의 출발-동기-풍경-예술-귀환단계를 하나씩 보여주면서 진정한 여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은근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출발에 대하여 이 책처럼 자세히 설명한 경우는 처음 보았습니다. 그래서 무척 흥미로웠고, 정말 작가와 같이 여행을 하기 전 기대감에 들뜬 단계에 함께 머물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여행 장소에는 늘 예술가가 함께 나오기 떄문에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알랭 드 보통이 갖는 특유의 지적인 아우라, 위트가 이 책에서도 잘 느껴집니다. 저는 특히 예술파트에서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라는 글이 좋았습니다. 물론 다른 글들도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가 특별히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이 글 속에서 여행을 하며 많은 아름다움을 만났다고 합니다. 마드리드에서, 암스테르담에서, 바베이도스 동해안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을 읽을 때 저도 그 풍경 속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여행의 기술>은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저처럼 여행을 자주 다닐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행의 간접경험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멋진 책입니다. 그리고 왜 알랭 드 보통이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만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은 여행지에 대한 피상적인 소개가 아니라, 작가님의 여행에 대한 생각이 아낌없이 들어 있기에 가볍지 않고 철학적이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여행의 설렘, 실망, 기쁨을 <여행의 기술> 한 권에서 모두 느낄 수 있어서 독서 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여행 뿐 아니라 미술,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도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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