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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옛 도시를 걷다 - 오랜 기억을 간직한 옛 도시에서 마주한 시간과 풍경
여홍기 지음 / 청아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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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허왕릉유지는 안양 샤오툰춘을 중심으로 북쪽과 남서쪽의 강촌 일대에 있다. 상나라 왕 반경이 기원전 14세기 무렵 지금의 안양인 은으로 도읍을 옮긴 이후 이곳에는 마지막 주왕에 이르기까지 여러 왕이 존재했었다. 현재까지 13기의 대형 왕릉과 1,400여 개의 제사갱이 발굴되었고, 같은 지역에서 약 3,000여 기의 평민 묘도 함께 발견되었다.
-20 p <세계 옛 도시를 걷다>

저는 여행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행을 싫어해서 여행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어서 여행 일정을 잡는 것도 사실 힘든 편이고, 쉬는 날에는 여행보다 집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편이 더 좋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속에는 늘 새로운 곳에 대한 동경,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보니 작가들의 여행 에세이를 자연스레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저는 여행을 싫어할 뿐만 아니라 여건 상 여행을 다닐 수 있는 형편은 되지 않지만, 저 대신 누군가가 멋진 곳을 여행하고 소개를 해줄 때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여홍기 작가님의 신간 <세계 옛 도시를 걷다>는 여행 에세이 매니아인 저에게 굉장히 의미있는 책입니다. 보통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주로 관광지 소개, 맛집 소개, 지도 등이 전부인데 이 책에는 말 그대로 ‘세계 옛 도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홍기 작가님은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시아의 고대 도시를 두루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에세이를 넘어서 ‘역사’가 담긴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인문학, 특히 그중에서도 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아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님은 화려하고 유명한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오랜 기억을 품은 장소’로서의 도시를 마주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인문 기행을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보통 관광을 하면 ‘화려한 도시’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정도에서만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다보면 진정으로 한 도시를 보고 체험하는 게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시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읽다보면 도시란 그저 사람들의 단순한 삶의 터전이 아닌, 하나의 문화이고 예술이고 또한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왕조를 연 도시, 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도시, 삶을 엮은 공간과 도시, 사람과 자연의 도시라는 테마로 다양한 도시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는 룩셈부르크, 에보라, 오카야마의 이야기가 특히 감명깊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계 옛 도시>에는 작가님이 오랫동안 공부해온 역사에 대한 지식, 안목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으며 지적인 즐거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컬러로 도시의 사진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마치 작가님과 직접 도시를 탐방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잘 만든 책이고, 도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인문학적이며 지적인 여행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청소년 이상의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대단하고 멋진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