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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동물기 1 -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
함영연 엮음, 지연리 그림, 어니스트 톰슨 시튼 원작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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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치백'이라고 불리는 회색곰들이 있습니다. 비터루트 지역에 사는 회색곰들입니다. 이 곰들은 어찌나 약았는지 모릅니다. 나이가 많은 로치백은 만물박사입니다. 덫에 대해 사냥꾼보다 더 잘 알았습니다. 식물에 대해서도 식물학자보다 더 잘 알았습니다. 그러한 로치백들의 영리함에 번번이 사냥꾼들은 골탕을 먹었습니다.
-140 p / <시튼 동물기 1 :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
열림원 어린이에서 출간된 <시튼 동물기>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책입니다. 저도 초등학생 시절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어른이 된 후로는 이 책의 존재를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예쁜 삽화, 읽기 좋은 편집으로 열림원 어린이에서 <시튼 동물기>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릴적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시튼 동물기>의 서막을 알리는 1권 "홀로 남은 회색곰 왑의 눈물>이 배송되자마자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느꼈던 슬픔, 감동을 여전히 고스란히 느끼게 되어, 시튼 동물기가 왜 고전 중의 고전인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실존 인물입니다.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야생의 동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글과 그림들을 모았는데요. 우리는 보통 이를 <시튼 동물기>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스스로 야생에서 관찰한 사실적 내용에 기반하면서도 동화와 같은 각색 내용이 풍부해서, 자연의 생태 및 문학적인 위대함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이 책의 177쪽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시튼 동물기>에는 시튼의 생태학적인 관찰이 담긴 자연 보고서이자 문학적인 스토리와 감동이 있어서 다른 책들과 변별되는 아주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1권 "홀로 남은 회새곰 왑의 눈물"을 마치 한 편의 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읽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동화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1권에는 회색곰 왑의 생애가 잔잔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잔잔하다는 것이 왑의 생애가 잔잔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왑은 일찍 가족을 잃고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으니까요. 왑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독자는 자연스레 이입을 하게 됩니다. 보통 야생곰의 일생이라고 하면 무언가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 한 마리 곰의 이야기가 결국 사람의 일생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게 만듭니다. 왑은 어릴적 엄마곰의 보호를 받고 형제들과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엄마곰과 형제들이 총에 맞아 죽는 일이 생기자 왑은 정신없이 홀로 달아나 어쩔 수 없이 거친 숲 속에서 홀로서기를 하게 됩니다. 곰은 상위포식자이긴 하지만, 아기곰일 때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사방 모든 동물이 적이니까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왑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했고, 왑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도 왑이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읽다가 중반쯤 지나 왑이 점점 강해지고 자립심도 생겨나갈 때는 멋있다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정말 곰과 인간의 생애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 저 역시 어린이 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몇 시간동안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자연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갔던 회색곰 왑의 일생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겨 있다는 것도 참으로 놀랍고 대단한 일 같습니다. 어릴 적 가지고 있었던 동물과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세상 모든 일이 지루한 어른들, 그러나 여전히 동물과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